“대우조선의 분식회계는 글로벌기업엔 있을 수 없다. 비리 없이 성장이 안 된다면 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나? 건설업계도 타산지석 삼아야”

근래 우리 경제와 관련해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는 조선업 구조조정이다. 세계경제 불황에 따른 선박 수주 감소와 우리 조선업의 경쟁력 부족이 일차적 원인이다. 

그런데 대중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따로 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구조조정을 초래한 또 다른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6월15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2년간 이루어진 분식회계 규모가 1조5342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검찰이 수사한 바로는 2012년에서 2014년 3년간 5조원 정도의 분식회계가 있었고, 2006년부터 매년 목표액을 정해 계획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회계를 조작했다고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임원들 성과급 지급액에 맞추어 분식규모 시뮬레이션까지 했다고 한다. 수주량으로 세계 1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지난 5월 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2016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61개국 중 29위로 평가됐다. 전년도 25위에서 4단계 하락한 순위이다.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세부지표 중에서 우리나라가 특별히 취약한 분야는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기업회계의 투명성 항목이다. 평가대상 61개국 중에서 기업윤리는 58위, 사회적 책임은 60위, 그리고 회계투명성은 61위에 랭크됐다. 순위를 꼴찌부터 거꾸로 매기면 기업윤리는 4등, 사회적 책임은 2등, 회계투명성은 1등 즉 꼴등이다. 

이 발표를 보면서 개방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 전반적인 국가발전 정도 등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사건에 관한 상세한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02년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Enron)의 파산을 계기로 기업윤리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짓는 절대규범이 된 지 오래다. 엔론은 2000년 당시 매출액이 1000억 달러를 상회했고 시가총액은 5700억 달러나 되는 미국의 에너지 메이저로 미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었으나, 2001년 1조5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가 밝혀지자 2002년 곧바로 파산했다. 최고경영자 제프 스킬링은 재판에서 24년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아직까지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아서 앤드슨(Arthur Andersen)도 시장의 신뢰를 잃고 2002년 문을 닫았다. 1913년 설립되어 회계법인의 모범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84개국 385개 지사에서 7만 명의 엘리트 회계사와 컨설턴트를 보유하고 있던 아서앤더슨이 해체된 것이다. 이후에도 윤리경영에 실패한 기업들이 법과 시장의 심판을 받고 퇴장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기업윤리가 글로벌 스탠더드이자 기업의 핵심경쟁력이 되었다. 윤리경영을 위한 국제규범도 강화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 부패방지라운드를 비롯해 ICC(국제상공회의소),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ISO(국제표준화기구),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이 중첩적으로 기업윤리 규범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여 공정공시, 기업지배구조, 회계관리 등 윤리경영 관련 규범을 제정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 외에도 최근 언론을 달구고 있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비자금 조성 등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자면 아직 우리나라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과 관련된 언론의 헤드라인만 살펴보더라도, 김영란법 때문에 중소기업, 농어민과 음식점들은 어려움에 처하고 기업의 영업은 곤란해지며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띠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 접대를 하지 않고, 선물을 주지 않고, 밥을 사지 않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영업도 안 되고, 물건도 팔리지 않고, 성장도 불가능하다면 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나,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윤리경영이 정착되는 계기로 만들지 않는다면 더 한심하고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다. 건설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