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분양권 전매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은 40~50명이나 됐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물산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 위례신도시, 하남미사, 부산 해운대구 등에도 들이닥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위례신도시 24단지 초입에 있는 10여개 부동산 중개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송파 위례신도시 52개 중개업소 중에서는 단 1곳만 문을 열었다. 대부분 업소는 블라인드가 짙게 내려쳐진 상태였다.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도 마찬가지였고, 103개 중개업소가 있는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연히 분양권 불법전매를 주선하는 ‘떴다방’도 찾을 수 없었다.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점검반은 ‘불법 분양권 거래와 다운계약서 작성에 주의하라’는 안내문만 문닫은 중개업소에 꽂아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한탄했지만,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이미 며칠 전부터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이 뜰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보도까지 했다. 국토부는 집중점검 당일날에는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단속 나간다’는 홍보를 대놓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열고 단속반을 맞을 중개업소는 없었다. 

정부가 단속을 나가면서 사전홍보를 하면서 나가는 사례는 없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부지불식간에 들어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담합조사나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조사도 마찬가지다. “나 단속 들어가요”라고 말하면서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실상 ‘피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진 몇 컷 찍고는 ‘단속했다’는 모양새를 남길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시장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한다. 아무리 불법을 해도 정부가 뒤를 봐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법과 원칙을 지킬 사람은 없다. 너도나도 ‘반칙’에 나서게 된다. 분양권 불법전매가 명백한 불법이고,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면 암행단속을 통해 현장을 잡아서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동산을 가지고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는 시그널을 줘야 투기꾼들을 몰아낼 수 있다.

정부의 느슨한 단속은 집값 인상을 통해 부동산을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이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이 사기꾼 돈이든, 정당한 돈이든 구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투자도 좋고 투기도 좋으니 부동산에 돈을 좀 넣어라는 것이 정부의 스탠스(입장)다. 그러다 보니 겁만 줄 뿐 적극적으로 불법전매 단속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혹이 업계에 파다하다. 투기꾼들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신호다.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연계도 의심해 볼 만하다. 관료들의 친인척, 지인, 친구 중에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분양권 불법전매 단속 얘기가 흘러나왔다는 것은 내부의 누군가가 이를 밖으로 흘렸다는 뜻이다. 사적 이익이 없다면 이런 정보가 쉽게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원인이 뭐였든 정부의 보여주기식 단속이 남길 부작용은 크다. 무엇보다 ‘그레샴의 법칙’이 우려된다. 그레샴의 법칙이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다. 원칙을 지키며 영업을 하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이 퇴출되고 반칙과 불법을 일삼는 업체만 살아남는다면 부동산시장은 투기꾼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뭣이 중헌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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