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 시장(市場)은 결코 원하지 않는데 굳이 강요한다. 요즘 대세인 규제 혁파에 반하는 엄연한 규제인데 오히려 확대하려 든다. 정치권 일각에서 추진하려는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 말이다. 도대체 생각이란 게 있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는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처리돼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들자마자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초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가 발단이 됐다. 명분은 안전강화라지만 직접시공이 시공 안전과 연관이 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안전사고의 관리소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할 원청사에게 떡을 더 주겠다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극치이다. 또한 종합건설업체인 원청사가 모든 공종의 직접시공을 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 등 대규모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고비용·저효율을 알기나 하고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 운운 하는지 묻고 싶다.

지난달 30일 정동영 의원실은 ‘직접시공제 도입의 필요성과 일자리의 희망을 만들기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건설업계는 “시공관리에만 특화돼 있는 종합건설업체에게 직접시공 의무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존폐여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종합건설사들이 직접시공을 위해 고용을 확대하겠지만 반면 전문건설사들은 일감부족으로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일자리 확대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종합건설업계마저도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수주사업인 건설업의 경우 고용부담이 크다는 점이 이유였다. 해당 공종에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공사를 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건설 산업의 양대 기둥인 전문건설업계와 종합건설업계가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에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도급과 하도급 업체간 공사계약은 민간자율 사항이지 정부가 강제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시공에 대해서는 법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시공제도는 일종의 규제이다. 페이퍼 컴퍼니 등 부적격 업체들이 수주한 공사를 불법으로 전매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순기능 목적으로 2006년 도입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부실·부적격업체 퇴출 효과는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은 채 건설 산업의 자율성만 침해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라는 게 업계 내부의 공통적 의견이다. 한마디로 말해 불필요한 규제라는 것이다.

원도급자의 직접시공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원도급자가 직접시공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 또한 객관성이 없는 주장이다. 시장과 역행해 규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건설 산업의 퇴보를 가져올 뿐이다. 시장을 법과 제도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시장은 직접시공 의무제 확대를 결코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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