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과의 점심 약속차 용산역으로 갔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공사 현장이 나타났다. 이 현장을 끼고 100m를 걸어 용산역 입구에 도착해 전방을 바라보자 중장비 소리에 함께 30층이 넘는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흡사 조그만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불케 한 이 곳은 용산 전면 2·3구역 공사장. 2구역은 용산푸르지오서밋, 3구역은 래미안용산 아파트가 지어진다. 몇 년 뒤 각종 건설 공사가 끝나면 용산역 주변은 환골탈태가 예상된다. 용산의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된 까닭일까. 공사 현장의 소음마저도 산뜻하고 경쾌하게 느껴졌다.

용산역 주변은 밝은 미래가 예견되는 용산 부동산의 대표적 상징이다. 부동산 관점에서 용산은 대형 호재와 동시에 무궁무진한 호재를 품고 있는 천혜의 땅이다. 우선 내년까지 한미연합사령부를 제외한 주한미군 본대가 용산을 떠나 평택으로 이전하는 대형 호재가 실현된다. 미8군 사령부 선발대는 이미 5월 평택기지로 이전했다. 대신 이 자리에는 71만평 규모의 초대형 공원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외국 군인들이 점유했던 배산임수의 공간이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2018년에는 공항철도로 용산역과 인천공항이 연결된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려는 호남 주민들과 용산에서 쇼핑·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서울 강서·인천 서북부 지역 주민들의 왕래 증가가 예상된다. 유커들이 남대문시장·명동에 이어 용산역까지 쇼핑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용산의 가치는 더 뛰어오를 것이다.

강남과 용산 간 접근성을 개선시킬 신분당선 3단계 연장노선(강남∼용산 7.8㎞) 중 강남~신사 구간(2.5㎞)이 8월 착공한다. 나머지 구간(용산~신사)은 주한미군 이전이 완료되는 대로 공사가 시작된다. 완공되면 용산역과 강남까지 이동 시간이 13분 정도로 기존 30~40분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용산 개발 상황에 따라 용산역에는 최대 11개의 지하철 노선이 연결될 수 있다.

용산의 향후 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건설사들은 이를 계산해 분양가를 올리는 추세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분양한 래미안용산과 용산푸르지오써밋 분양가는 3.3㎡당 2700만~3100만원 선이었다. 오는 10월이나 11월쯤 예상되는 주변4구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200만~3500만원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만일 주변4구역 분양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용산에서도 얼마 안 있어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된다.

재건축 열풍에 거품까지 더해져 강남은 최근 분양가가 3.3㎡ 당 5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용산은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재건축 시장 위주로 가치가 급등락하는 단기적 강남과 달리 용산은 다양한 호재들이 만들어 낼 연쇄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지역이라 장기적 관점서 투자와 실수요를 저울질하는 게 필수다.

일본은 1906년 대한제국으로부터 용산 일대 부지 300만평을 사들인 후 이곳에 조선 주둔군 기지를 건설했다. 일제 패망 후 70여 년간 용산은 줄곧 주한미군 기지로 사용됐다. 

100년 넘게 국가의 안보 전략상 부동산 가치를 발현할 수 없었던 용산. 도시정비와 녹지 조성이 마무리되는 2020년대 초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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