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현장이다.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건설을 얘기하는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과 다름없다. 현장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고, 지지고, 볶고, 조율하고, 바로잡아 가며, 완성해 가는 종합예술이 바로 건설이다. 건설에서 현장은 그만큼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책상머리에서 건설 산업을 휘두르는 사례가 잇따라 심히 우려스럽다. 탁상 ‘입법’과 ‘행정’이 그것인데, 자칫 건설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골병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어서 건설업계 전반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직접시공제도를 확대하려는 일부 의원들의 입법발의는 현장 목소리에 귀 막은 탁상입법의 전형이다.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지난 6일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 직접시공제도를 적용토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국회의원 12명을 대표해 발의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도 13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해 직접시공 의무비율을 높이고, 더 나아가 노무비 비율까지 강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직접시공제도 확대는 건설현장의 양대 축인 전문과 종합 건설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즉, 시장이 반대하는 규제이며, 오히려 철폐 대상이다. 전문건설업계는 건설 산업의 분업화·전문화 등 건설생산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 시장적 규제로 규정하고 있다. 종합건설업계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고용부담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강력히 반대하는데도 정치권 일부 인사들은 아예 귀를 막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나중에야 어찌되든 한 건 올리면 된다는 식이다. 현장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책상머리에 앉아서 말이다.

탁상 행정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사대금 지급관리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5대 건설단체가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며 강력하게 반대하는데도 막무가내다. 5대 단체의 반대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덕흠 의원의 노력으로 ‘체불 업체에만 적용’으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건설업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공사 현장의 운영방식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일 뿐 아니라, 모든 건설업자를 잠재적 체불업체로 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완화 적용이 향후 전면실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의구심을 갖고 보는 시각도 많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과 국토부 등 정부기관의 행정 시책은 철저하게 시장과 현장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건설 산업 같이 현장이 곧 시장인 경우는 특히 그렇다. 극히 일부의 편의 또는 이권 등을 위해 현장을 무시한 탁상 입법과 행정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산업 전반에 독(毒)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국회와 정부는 미래를 위한 입법과 행정을 위해 한건주의의 유혹을 버리는 대신 현장과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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