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은 2005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배제한 게 특징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수출부진에 따른 경기침체에 ‘긴급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형평성 다툼의 소지가 있어 신속한 국회통과를 어렵게 하는 SOC를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이번 추경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 있다. 추경에 덧붙여 공기업 투자확대를 비롯한 공공 분야 지출을 17조원 늘려 하반기에 모두 28조원 규모로 재정지출을 확대해 6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SOC 없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고용유발효과가 큰 SOC 투자를 배제한 추경이 과연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많은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추경은 여야(與野) 간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대립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 이견 등으로 조속 통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말대로 “추경은 타이밍”이라는데 현재로써는 타이밍 효과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당초 SOC를 배제하면서 세웠던 ‘조속 통과’ 명분도 함께 그 빛을 잃고 있다. 자칫 이번 추경이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는 ‘뒷북 추경’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공연히 SOC만 애꿎은 희생양으로 만든 채…. 

때마침 한국은행과 국토연구원이 잇따라 SOC 투자와 관련해 의미있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먼저 한은의 경우 2016년 7월 경제 전망보고서 중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자료에서 한은은 우리나라 건설투자가 이미 성숙단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향후 SOC 투자 증가폭의 점진적 조정과 함께 유지보수분야 중심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주택 및 SOC 시설에 대한 안전 및 유지보수 비중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토연도 ‘국토교통 사회간접자본 투자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여전히 적정 인프라 축적은 필요하다”며 한은과 SOC 확대에 대해서는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면서도 “SOC 투자방향도 수요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과 국토연 보고서는 결국 SOC 투자가 기존의 양적 확대 위주에서 벗어나 안전을 위한 질적 지속성(持續性)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은 보고서가 ‘양적→질적’으로의 보다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 국토연 보고서는 ‘양적 확대·질적 변화 병행’이라는 좀 더 보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의 보고서는 SOC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국민의 안전이라는 필수 과제와 호흡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실수요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SOC 투자에 대한 필수 공감대 형성이 곧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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