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협력사를 1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할 때까지
 정부·기업계는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총 4367건의 사건을 검토해서 처리했다. 이 수치는 2014년의 4079건에 비해 7.1%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4367건의 약 60.9%에 해당하는 2661건에 대해서는 실제 법 위반으로 판단해 공정위가 해당 기업들에 경고 이상의 제재조치를 했다. 이렇게 지난해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5889억원에 달한다. 특히, 하도급법 집행 실적은 지난해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즉, 2014년에 처리된 1486건 중 911건이 경고 이상으로 조치된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1942건이 처리되면서 그중 1358건이 경고 이상으로 제재 조치됐다. 조치 건수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447건, 49%가 증가한 것이다. 

한편 중소기업이 지난 한 해 공정위 조치 등을 통해 지급받은 금액은 2282억원에 달하며 이는 2014년의 1293억원에 비해 약 2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성과들은 지난해 집중적으로 이어졌던 순차적 업종별 하도급대금 직권조사와 윗물꼬트기 조사, 10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하도급 서면실태조사 후속조치 등이 효과적으로 추진된 것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말 민관합동 점검 결과 하도급 수급사업자의 92.3%가 전년에 비해 거래관행이 개선되었다고 평가한 바도 있다.

이러한 집행 실적과 체감도 조사 결과는 우리의 하도급 거래질서가 비록 그 속도에 있어서는 평가가 다르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법과 제도의 강화, 활발한 법집행,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자율적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 노력 강화 등이 모두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은 우리의 잘못된 거래관행을 바로 잡고 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추진돼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데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의 협력사를 1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인식할 때까지, 협력사에 대한 횡포가 기업 자체 행동규범으로 확실히 제어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물려질 때까지 정부와 기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가야 한다.

그동안 하도급법과 관련해 많은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다. 

첫째,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기준을 개정해서 지난 7월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종전에는 하도급대금의 2배에 3~10%의 부과율을 곱해서 과징금을 산정했는데, 앞으로는 그 산식에 법위반금액 비율을 추가하면서 부과율을 20~80%로 크게 높였다. 법위반금액 비율을 추가한 것은 실제 법위반 책임에 상응하는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아울러, 정액과징금 부과기준도 새로이 신설했다. 그래서 기술유용, 보복행위 등 시장에 미치는 폐해가 큰 행위는 법위반금액 산정이 곤란하더라도 위반행위 억제에 필요한 충분한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또한 과징금 감경, 가중 기준도 대폭 정비해 종전에는 최대 50%에 달하던 폭을 최대 20% 이내로 엄격히 제한했다.

둘째,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행하는 보복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원사업자의 보복행위의 원인이 되는 수급사업자 행위의 대상에 공정위 조사에 대한 협조를 추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수급사업자의 신고, 분쟁조정 신청, 서면실태조사 협조 등 3개 행위만이 그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실제 보복행위가 공정위에 적발돼 단 한 번이라도 검찰에 고발될 경우 동시에 관련 조달기관에 입찰참가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끝으로, 하도급법상의 분쟁조정제도에 대한 법적 뒷받침도 강화할 계획이다. 즉 분쟁조정이 신청될 경우 그 조정의 대상이 되는 재산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도록 함으로써 분쟁조정의 장기화 등에 따라 수급사업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침해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려고 한다.

또한 분쟁조정이 성립되는 경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원사업자가 만약 조정결과를 이행하지 않아 강제집행을 하게 되는 경우 수급사업자는 별도의 소를 제기할 필요 없이 조정결과에만 근거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하반기에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 사항은 정부입법안을 마련해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협의, 국회 심의 등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단계와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법령 개정이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개정의 명분, 대안의 실효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충분한 소통 및 공감대 형성 등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공정위는 분명한 방향성과 균형감을 가지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법령 개정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전문건설사들의 이해와 격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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