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축소와 생산인구감소로
 건설 수요·투자 감소는 불가피
 덩치가 작아지면 순발력을 키워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이제 ‘건설의 전문화’를 추구할
 혁신의 결단을 미뤄선 안 된다”


내년부터 건설산업에 미칠 충격적인 두 가지 소식이 있다. 당장 내년도 SOC 예산이 급감하고, 저출산의 결과로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실질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새삼스럽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은 만만찮게 증폭될 것이므로 맞설 수 있는 체력과 체질 단련이 절실하다.

올해 SOC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약 6% 감소했으니 공공 건설경기의 체감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SOC 예산안에 따르면 23조7000억원 규모였던 올해보다 8.2%(1조9000억원)가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심을 고려한 ‘끼워넣기식’ 사업 예산이 설령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감소세를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중기(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SOC 예산을 매년 평균 6%씩 감축해 2020년에는 경상가격 기준으로 약 18조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우리나라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990년대 말부터 감소세를 나타냈고, 우리 경제수준을 고려할 때 국가 재정에서 SOC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다는 분석도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다. 길에서 무심코 넘어질 수는 있어도 달려오는 트럭을 보고서도 뛰어들어 부딪힌다면 하소연할 수도 없다.

당면한 문제는 단순히 건설 수요의 감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설 공급 규모도 감소하고, 업체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고,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눈보라를 직시하고서도 변화의 몸짓은 굼뜨기만 하다. 대우해양조선과 한진해운의 몰락은 과거의 영광에 도취된 기업경영의 부실과 부조리에서 비롯됐다. 건설 기업과 산업이 시장 환경의 흐름에 연명할 생각에만 몰두해 구조조정의 통증을 기피한다면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생산가능인구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의 인구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는 3704만명으로 최고치에 이르렀지만 내년에는 3702만명으로, 2020년과 2030년에는 각각 3656만명과 3289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생산과 소비와 투자 활동의 주축인 연령대의 인구 감소는 경제활동 규모의 축소뿐만 아니라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시킨다. 장래에도 건설업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숙련 기능·기술 인력의 공급난을 겪고 있는 건설산업은 일거리도 감소하고 일할 인력도 부족하고 산업의 혁신의 원동력도 더욱 약화될 우려가 크다. 

주택을 포함한 건설 시설물은 덩치가 크다. 10만명의 소도시 인구가 9만명이 된다고 해서 도로 폭이 줄어들거나 상하수도의 물줄기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정한 한계점에 이르면 주택이나 도로 건설 자체가 아예 없어질 수 있다. 인구가 증가세라면 현재 수요가 90가구라 하더라도 100가구 공동주택을 건설할 수 있지만 감소세라면 50가구 공동주택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사업계획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 또한 경제활동의 순환구조를 전제로 하는 소비와 투자의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1만명의 감소는 소도시 경제에 이를테면 1만5000명, 2만명 분의 빈자리를 실감케 하는 파급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공부문의 건설 수요와 투자 감소는 돌이킬 수 없다. 민간부문의 건설 수요도 총량적으로는 주택과 상업시설의 초과 공급으로 저출산 저성장 시대에는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 물량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전문건설업계는 그야말로 건설의 ‘전문화’를 추구할 혁신의 결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남들 모두가 하는 영어공부를 따라하면서 자신의 스펙(전문화)을 쌓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은 스펙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화된 업종과 기업의 전문화는 다르다. 

건설업계는 쪼그라드는 건설산업을 직시해야 한다. 덩치가 작아지면 순발력 있는 몸놀림으로 수익성을 키워야 한다. 매출액 100억원에 순이익 5억원인 A기업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매출액 70억원과 순이익 4억원의 재무구조로 변신했다면 덩치는 작아졌지만 순이익률은 향상됐다. 인력이 부족하면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개별 기업이 건설 현장의 특성에 기인한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의 역량 강화에 투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건설업 단체들이 주도해야 한다. 각개전투는 후방 포격 지원이 선행될 때 승산이 높다. 생산성 향상은 비용 절감과 산출 증대가 병행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건설업계도 ‘알짜부자’가 되는 길을 택해야 한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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