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의 평균 근무일수는   
 1년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숙련공 문제의 해법을 
 활용방식 변경서 찾을 이유다
 직업인으로 자긍심을 갖도록 
 숙련공의 지역거점화가 필요하다”

이번 국회 회기에 숙련기능공 확보를 위한 미국식 적정임금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근로자 단체는 적극 환영이다. 사용자인 건설업체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에서 예산당국과 공공발주자 측은 염려스러운 눈치다.

숙련기능공 문제는 이미 오래된 얘기지만 풀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종의 평균 이직률이 13.5%로 산업 평균 이직률 4%보다 3배 이상 높다. 건설근로자 공제조합 통계에 의하면 근로자 중 50세 이상 비중이 52.1%로 20대 9.8%보다 5.3배나 많다. 2년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로자의 83%, 사용자의 78%가 숙련공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숙련공 부족 이유를 제도적 관점에서 하는 진단이다. 다단계하도급으로 근로자에게 지불돼야 할 인건비가 다단계 유통과정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저가경쟁으로 원래부터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인건비를 저감하기 위해 불법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지적된다. 건설 현장을 막장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 분위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돼버려 저임금이 토착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청년층이 기능인력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이유를 미래 설계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절대다수인 93.3%가 일당제이기 때문에 소득이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국내에는 137개 직종의 건설근로자가 있다. 평균 일당은 14만7456원으로 최저임금인 일당 5만1760원보다 2.8배 이상 높다. 보통 인부의 하루 일당도 9만4338원으로 1.8배 이상 높다. 절대 액수로 본다면 건설도 매력 있게 보인다. 철근공의 평균 일당이 최저임금보다 3배나 높다. 적정임금제를 통해 일당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1930년대 미국 발 대공황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을 하더라도 사용자가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적정임금제(PW, Prevailing Wage)가 도입됐다. 국가 차원이 아닌 주별로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적정한 임금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최저임금제와 차이는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점이다. 주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위법 시 3년간 입찰자격을 박탈한다. 국회에서 발의된 내용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종과 기능별 적정임금을 고시하고 사용자가 고시단가 이상 지급을 의무화했다. 사용자는 적정임금 확보를 위해 전체 공사비의 30% 이상을 노무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적정임금제가 숙련 기능공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 적정임금제의 원조인 미국 건설 시장에서 숙련공 부족 문제가 여전히 산업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일본의 건설근로자 수도 1997년도에 비해 작년 말 현재 27%가 줄었다고 한다. 동일본대지진과 2020년 도쿄올림픽 건설특수를 누리고 있는 일본 건설의 가장 큰 문제가 숙련공 부족이다. 임금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금 인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또 있다. 2년 전 국내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건설근로자의 연평균 근무일수가 171.8일로 일당제 작업일수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꾸어 말하면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되는 평균 단가가 14만7456원이 아닌 6만9304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일당제는 불규칙적이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돈으로는 복지부가 제시한 4인가족의 최저생계비에도 미달된다. 임금 문제가 아닌 근로자 활용 방식 변경에서 해답을 찾기를 권고하는 이유다.

지금의 근로자 활용 형태를 전국구에서 지역구로 변경해 보자는 제안이다. 입찰에서 지역업체 공동도급 의무화와 유사한 형태다. 일일 출퇴근이 가능한 승용차 기준 2시간 이내 거리에 기능공 조달을 위한 거점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숙련공이 거점에 가정을 이루게 되면 가족과의 생활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불안정하고 불규칙적인 근로일수도 거점지역 공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불규칙한 일당이 일시에 지급되면 상당액이 충동에 의해 소비될 개연성이 높다. 임금이 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거점을 통해 지급되게 하면 당장에는 숙련기능공이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가족에게는 안정된 수입으로 예측 가능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숙련공의 지역 거점화는 건설현장이 막장이 아닌 정상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든다. 숙련공도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선진국일수록 건설기능공이 가족으로 이뤄진 가정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것은 거점 중심의 일터가 있기 때문이다. 임금을 높게 주면 좋겠지만 그 임금이 가족과 가정을 안정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적정임금제보다 숙련기능공의 거점화 방안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업중점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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