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걱정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이자 명문 주택건설업체로 꼽히지만 하도급 관계에서는 3류 업체에서나 볼 수 있는 치사하고 좀스러운 처신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종합건설업체의 갑질이 불거져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빠진 적이 없고, 그럼에도 고위 임원이나 경영진이 제대로 사과하거나 재발방지를 약속한 적도 없다. 언제나 ‘우리는 잘못이 없고 하도급업체가 문제였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얼마 전 크게 보도된 평택 주한미군기지 통신센터 건설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인 ㈜콘스텍에 골조공사를 하도급 발주한 후 공정이 변경됐는데도 공사기간 변경과 공사대금 요청을 묵살해 질타를 받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문제를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에 따르면 GS건설이 가해자로 지목된 불공정 하도급 피해 사례는 최근 3개월 사이에만 5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국감장에 나온 이 회사 임원은 하도급 분쟁이 많다고 시인하면서도 ‘양자 간 이견이 있다’는 식으로 오히려 불만스러워했다.
이 회사가 저지른 불공정 하도급 거래는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들이 힘들여 개발한 첨단 기술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탈취, 자신들의 원천 기술로 둔갑시켜왔다는 점에서 더욱 악성이다. 이런 식의 기술탈취가 계속된다면 전문건설업체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봤자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앞서 말한 ㈜콘스텍의 경우도 그렇고 제2남해대교 건설공사에서 하도급을 받았던 케이블브릿지사도 원천 기술을 탈취당했을 뿐 아니라 대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해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 회사는 또 불공정 하도급과 관련한 분쟁으로 조정기관에 넘겨지면 하도급 업체가 제시한 감정기관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든 기피하고 결국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감정기관이 조정을 맡도록 유도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콘스텍은 이런 식으로도 피해를 입었다. 감정을 맡은 곳이 알고 보니 GS건설에서 8년 간 총 20건, 연 평균 2.5건의 연구용역을 받았던 곳이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정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곳에 조정이 맡겨진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곧바로 문제를 시인, 사과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얼마가 소요되든 충분한 보상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려는 요즘 추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도 이토록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은 보기 드물다. ‘보기 드물다’는 것은 비슷한 행태를 일삼은 기업들은 한 방에 훅 가거나 슬금슬금 도태의 길을 걸었다는 뜻과 같다. 어떻게 보면 갑질을 재미삼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이 회사도 이미 그런 길을 걷고 있으며 알아챌 순간도 없이 한 방에 갈 것 같다.
이 회사 오너들이 자기 회사가 이처럼 하도급업체의 원성을 높이 사고 있고 회사가 위기로 가고 있음을 잘 모른다면 아마도 친인척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느라 바빠서 그럴 것이다. 이 회사가 속한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로도 이름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