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30주년 특집 인터뷰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지난 1981년 발족한 공정거래위원회는 1986년 창간된 대한전문건설신문과 그 발전의 궤도를 같이 한다. 갑(甲)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라는 집요한 관행을 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라는 힘든 길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을 비롯한 이권기관 등의 견제와 질타 속에서도 묵묵히 대한민국 경제 경찰의 역할과 공정거래 지킴이 임무를 수행하면서 어느덧 장년기를 맞은 공정위의 정재찬 위원장을 만나 지금까지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대한전문건설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은 지난 30년 동안 하도급업체들의 어려움이나 건의사항 등을 정부와 일반 국민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하도급업체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저희 공정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궤적을 함께 해온 건설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전문건설업체들이 마음 놓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두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하도급국장과 기업협력단장직을 수행해 하도급거래 공정화 업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을 개정해 법 행위유형별로 벌점을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한편, ‘상생협력 3대 가인드라인’을 제정해 이 가이드라인을 사용할 경우 각각 3점씩 벌점을 감점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해소에 고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그 동안 대·중소기업간 거래관행 개선을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했습니다.

우선,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이 실제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매월 2~3 차례씩 현장간담회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2015년 12월에 민관합동 TF를 통해 약 400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90% 이상의 하도급업체가 전년에 비해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해 시장의 거래질서는 과거에 비해 분명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유보금 명목으로 대금지급을 유예하는 관행이 새로운 애로사항으로 제기되는 등 하도급업체를 어렵게 하는 고질적인 대금 미지급 관행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 해소에 역점을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처 중입니다. 올해 실시한 유보금 관행 직권조사나 자진시정 면책제도, 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조정 등은 모두 대금 미지급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입니다.

-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 해소에 공정위가 중점을 두고 직권조사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과는?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그 결과 올해 9월말까지 하도급업체에게 1853억원의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조치했는데, 이는 작년과 비교해 8% 이상 증가한 금액입니다.

특히 올해는 차기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정산해 주겠다거나 하자보증이행서를 제출했음에도 유보금을 중복적으로 설정하는 등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3월부터 6월까지 전국의 20여개 대형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법위반 혐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자진시정 하도록 해 약 31억원에 달하는 미지급 대금이 지급되도록 조치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런 유보금 설정 행위가 전 공정에 걸쳐 관행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직권조사 시 면밀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 수급사업자들이 보복에 대한 우려 없이 신고 또는 제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됩니다만.
▶공정위는 작년 3월부터 익명제보센터와 보복행위가 근본적으로 차단될 수 있는 방안들을 병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익명제보센터에 제보를 하더라도 제보자의 아이피(IP) 주소가 별도로 수집되지 않아 신원이 절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익명제보센터가 도입된 이후 약 1년 반 동안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 조사 대상을 ‘제보된 특정거래에 대한 위법행위’로 한정하지 않고 다른 거래에 대한 위법행위까지 포괄적으로 조사해 익명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조사의 효율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보복행위가 중소기업들의 신고 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음을 고려해, 서면실태조사에 자료제출 등 협조한 것을 이유로 거래중단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를 보복조치의 유형에 포함해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올해는 원사업자가 보복행위로 단 한차례만 고발 조치되더라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일명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도입을 추진 중이며 연내에 완료할 계획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짧은 제도운영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9월말까지 152건의 익명제보가 들어왔고 이를 토대로 111억원의 미지급대금을 지급 조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익명제보센터가 중소기업의 핵심 애로해소 채널로 정착·발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 보완하고, 홍보 활동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 최근 지급보증 면제대상에 기업어음 신용평가 A2+ 이상 등급도 추가하는 안이 행정예고 됐습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대상에 기업어음을 포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건설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면제 대상으로 일정한 신용평가 등급 이상을 받은 회사채(A0 등급)만 인정한 결과, 회사채 평가에 의한 면제기준(A0 등급) 이상으로 신용이 우수하면서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는 경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면제되지 못하는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채와 유사한 기업어음 신용평가 등급을 면제 대상으로 추가하되, 수급사업자 보호가 약화되지 않도록 면제 대상 기업어음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했습니다.

즉, 현재 지급보증 면제 기준인 회사채 A0 등급은 기업어음의 A2+ 또는 A2에 해당하나, 상대적으로 등급이 높은 A2+로 면제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현재는 지급보증 면제 대상 업체가 많지 않지만, 수급사업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매 분기 신용등급 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직권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 하도급 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하도급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분쟁조정 대상 기업을 확대하고, 자진시정 면책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분쟁조정의 경우 건설업종은 ‘원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50위 미만’인 경우 분쟁 조정의 대상이었으나, 2015년 10월부터 ‘원사업자의 매출액이 1조5000억원 미만’인 경우로 확대했습니다.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가 피해 구제를 받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이전 2년 이상에서 60일 이내로 대폭 단축됐습니다.

또한, 현재 조정 조서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부여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도 추진중이며, 올해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분쟁 조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강제집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분쟁조정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자진시정 면책제는 사업자 스스로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신속히 해소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입니다. 사업자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공정위 조사 이전에 스스로 시정하면 하도급법상 제재조치가 면제될 수 있도록 하고, 조사 개시 후 30일 이내에 미지급했던 대금을 지급하면 벌점 또는 과징금이 면제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업자가 스스로 법 위반행위를 점검·예방함에 따라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에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공정한 협력관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건설산업의 발전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레바퀴처럼 협력해 서로의 역할을 다할 때 가능합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대기업이 스스로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협약제도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와 대기업이 상생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 협약 이행평가 기준을 개정해 ‘협약 이행을 통한 효율성 증대 정도’를 평가 요소에 추가함으로써 공정거래협약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2015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올해는 그 평가결과가 작년에 미치지 못하는 등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년에는 상생협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공정위, 원사업자, 하도급업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전문건설업계를 포함한 건설업계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성장 속의 경쟁 심화, 인구 고령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 등 건설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기업거래방식 등 종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와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문화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공정한 기업거래 관행을 개선해 견실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건설업계도 대·중·소기업이 서로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해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