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온
 공정거래 정책은 이제
 개별행위 시정으로 초점을 옮겼다
 기업들도 규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굿 비즈니스 프렌들리 추구해야”

정부의 모든 경제 정책과 제도, 법 집행은 시장(市場)과 호흡을 같이한다. 아니 같이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원의 투입, 규칙의 설정, 반칙기업 제재 등과 같은 정부 기능은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전략적인 목표 설정, 합리적인 우선순위 설정 등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결국 성과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어느 한 쪽의 이익만 지나치게 정책에 투영되면 그 정책은 더 왜곡되기 마련이라 이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공정거래 정책은 시장의 성장과 궤(軌)를 같이하면서 발전해 왔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1980년대 초 처음 제정·시행됐다.  초창기 공정거래 정책의 주된 관심은 정부 주도 압축성장 시대의 부산물인 독과점 시장구조와 기업의 목줄을 꽉 죄고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공정위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해 정부 부처에서 처음으로 ‘규제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진입규제를 없애고 각종 장벽을 낮추는 데 앞장섰다. 

또한, 재벌로 인한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공정거래법에 도입하기도 했다. 반면, 개별 기업들의 법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 및 제재 기능은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는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 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공정거래 이슈에 있어서도 구조와 제도보다는 기업의 반칙행위와 개별 거래 과정의 공정성(fairness) 이슈에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 정책도 구조적 조치에서 개별 행위 시정 쪽으로  차츰 초점이 옮겨갔다.  

공정거래 정책 수단으로 제재와 인센티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소위 당근과 채찍의 문제다. 하도급 정책에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가 여러 차례 활용됐다. 

우선 법위반 자진시정 면책제도다. 즉 원사업자가 공정위 조사 개시 후 30일 내에 주지 않았던 대금을 모두 지불할 경우 벌점과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다. 벌점은 금년 1월부터, 과징금은 금년 7월 이후에 발생한 법위반 행위부터 적용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대금을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지급하도록 해서 중소 하도급자의 어려움을 최대한 빨리 해소하자는 취지이다. 

공정위 조치에 앞서 1차적으로 분쟁조정을 통해 자율 해결토록 할 수 있는 범위도 크게 늘렸다. 즉 종래에는 원사업자의 시공능력평가액 순위가 50위 미만인 경우에만 분쟁조정이 가능했는데 이를 원사업자 매출액 1조5000억 미만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하도급대금 관련 사건은 아예 시공능력평가액과 관계없이 모두 분쟁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함께 법집행을 강화하는 장치들도 한층 더 보강했다. 우선 지난해 3월부터 공정위에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해서 수급사업자들이 마음 놓고 공정위에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과정에서 제보자가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 제보자 노출은 익명성을 믿고 제보한 중소기업에 커다란 불이익이 될 수 있고 결국 익명제보센터의 존립 근거를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도 강화했다. 즉, 종전에는 전체 하도급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과징금을 정했다. 그러다보니 실제 법위반 금액이 반영되지 않아 실제 책임의 크기와 과징금액수가 괴리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과징금 산정할 때 법위반금액 비율을 반영하되 부과율을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중소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법위반 혐의 등을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중단 등 보복조치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이에 따라 단 1차례 보복조치만 있어도 바로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관계기관에 요청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이번 달 안에 하도급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결국 시장의 플레이어는 기업들이다. 기업들이 경쟁의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고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질서 확립은 요원하다. 정부의 감시,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업들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과 운영은 개별 기업의 법위반 리스크를 없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그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줄여서 공익에도 부합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체결하는 공정거래협약도 마찬가지이다. 1차적으로 해당 기업생태계에 도움이 되지만 우리 기업생태계의 체질을 강화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Business Friendly’ 구호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부족하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기업들이 규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혜택을 주는 ‘Good-Business Friendly’여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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