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건설에 
 시장을 선도할 리더십이 부족하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고 있지만 
 해결사 역할은 남탓으로 돌린다
 선수들의 잠재 역량을 믿고
 혁신에 정면대응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국가를 리드해야 할 분들의 리더십 실종 혹은 실수가 5000만명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리더가 조직과 조직 내 사람을 믿지 못한 결과가 이토록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조직의 힘은 리더의 역량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전쟁에서 장수가 장병의 무능력을 문제 삼을 때 이미 그 전투는 패배했다고 보는 게 맞다. 산업을 이끌어가야 할 수장이 산업계를 믿지 못한다면 타 산업과의 경쟁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리더가 조직과 조직원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 역량을 갖춰야 한다.

최근 혼란해져 있는 국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치 및 사회의 리더그룹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두 자기 앞가림하기에만 바쁘다.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기보다 수립된 전략이나 계획을 비판하기가 쉽다. 자기 앞가림에 바쁜 사람일수록 대안 제시가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CEO가 자신이 이끌어야 할 조직과 임직원을 신뢰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은 생존조차하기 힘겹다.

국내 리더십 실종의 문제는 산업과 시장에 대한 신뢰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사적인 모임에서 취중이라고 하지만 교육부의 어느 국장의 돌출 발언은 고위공무원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준하는 역량은 모르면서 국민을 나무란 것이다.

한국 건설이 처한 오늘을 보자. 국내 건설에 시장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리더그룹이나 리더를 찾기 어렵다. 산업과 시장을 선도해야 할 리더그룹이 위치에는 있지만 리더십 발휘를 하지 않는다. 직위 유지에는 강한 오너십이 있지만 시장과 기업에 대한 오너십이 없다. 산업과 시장, 조직과 조직 내 임·직원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다. 국내 건설이 지금 이대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해결사 역할은 남의 탓으로 돌린다. 시장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둘러댄다. 시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을 둘러싼 극소수가 국가와 사회를 극도로 혼란에 빠지게 만든 것은 역설적으로 0.1%가 99.9%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바닷물과 민물의 차이는 포함된 소금의 비중이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는 2~3%에 불과하다. 평균 2.5%가 97.5%를 지배하는 것이다. 리더그룹이나 리더가 중요한 이유는 충분하다. 오케스트라의 성공과 실패는 개별 악기나 연주자에 좌우되지 않는다. 지휘자의 리더십과 역량이 전체 오케스트라의 승패를 좌우한다.

부동산이 주도하는 내수시장은 2018년 이전에 수주 절벽에 부닥치게 돼 있다. 불안한 장작불은 이제 꺼져가고 있다. 해외시장의 수주액은 급감하고 준공에 들어선 사업의 수지는 빨간불이다. 일감과 수익이 동시에 위기에 빠져 있다. 국내 건설이 처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창고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필자만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의 리더그룹이 너무 잘 알고 있다. 국내 건설의 생태계 개선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같은 업역 간 이해에 목멘 협·단체는 줄어든 파이를 키우기보다 파이조각을 지키기에만 몰두해 있다. 지금 이대로는 어렵다. 긴 호흡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들더라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혁신해야 할 과정은 생략이 불가능하다. 리더그룹의 리더십 역량 발휘로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다. 피해갈 수 없다면 정면 대응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산업과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 그리고 시장이 함께 신생태계 구축을 해가야 한다. 국내 건설은 이미 가격대비 역량, 즉 가성비 기반 경쟁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선진기업이나 선진국 따라하기, 기술복제시대는 더 이상 없다.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선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선도자는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따라가기에서는 앞선 사람의 뒤통수만 보면 됐다. 선도자는 세상을 보는 눈과 보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판단 할 줄 안다.

국내 건설의 생산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험과 검증된 학습으로 얻어진 기술은 있다. 일감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일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도자 역량은 절대 부족이다. 리더그룹은 부족하지만 시장에서 동원 가능한 인력과 기술은 있다는 뜻이다. 축구에서  출중한 선수가 있어도 감독이나 코치진의 전략과 리더십이 없으면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 감독이 선수의 역량을 믿지 못하면 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360도 협력을 요구한다. 외줄타기로는 어렵다. 건설의 미래를 위해서는 리더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빨리. 지체 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복남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업중점협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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