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하고, 비전 있고, 스트레스 적고, 당당하고, 돈 잘 벌고…  이런 사업이나 직업이 있다면-설령 이 가운데 한두 개만 충족된다 해도-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건 인지상정(人之常情). 힘들고, 어렵고, 복잡해 머리 아픈 일을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싶은 부모는 별로 없을 테니까.

대한전문건설신문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문건설업 종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도 여느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전문건설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직장으로 추천해주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7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24.6%에 불과했다.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어렵고, 복잡하고, 전망 없고, 스트레스 많고, 불공정하고, 갑(甲)질 심하고 등등 부정적인 측면이 주로 거론됐다. 오죽하면 ‘천민직업’이라는 조선시대 식(?) 응답도 나왔을까. 전문경영인 승계나 전문성 필요, 자녀가 원치 않아서 등 불가항력적인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전문건설업 종사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이처럼 ‘몸서리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부당·불공정 관행, 즉 갑질로 귀결되지 않나 싶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발주기관이나 원도급사의 갑질 횡포 개선 정도를 묻는 질문에 61.3%가 낙제점인 60점 이하를 주었다. 개선됐으면 하는 갑질 횡포로는 △입찰가 네고 40.3% △대금 지연 지급 32.1% △구두지시 26.2% △하자 전가 15.6% △유보금 6.4% 순으로 답했다. 정부의 노력과 의식 개선 등으로 발주기관과 원도급업체의 불공정 행위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갈 길이 멀고, 전문건설업체를 ‘치가 떨리도록’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건설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문건설업계가 건설하도급에서 느끼는 공정거래 체감도는 70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특약 61점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66점 △부당감액 77점 △부당 위탁 취소 79점 △부당 반품 83점(건설공사의 경우 완성물의 반품이 잘 일어나지 않음) 등 부당특약 관련 불공정 거래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작업·추가 작업·보수작업 비용 중 수급사업자 미책임 사유로 발생한 비용부담 약정 56점, 민원처리, 산업재해 관련 비용부담 약정 57점 등 부당한 비용전가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입만 열면 상생(相生) 또는 공생(共生)을 얘기한다. 정권이 탄생할 때마다 사탕발림처럼 외치는 경제민주화도 ‘함께 도우며 가자’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여전히 부당과 불공정이 판을 치고 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다고 하나 그것은 부당과 불공정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설 시공 현장에서 묵묵히 힘든 일은 다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공정이 아니다. 그렇게 전문건설이 설 땅을 잃는다면 건설 산업도 앞날이 밝을 수 없다. 전문건설이 곧 건설 현장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