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리스크를 간과한 결과로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리스크관리 비용이
 수익성을 좌우함을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리스크 관리는
 시공과정에 집중돼 있다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려면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의 판매와 생산 중단으로 적어도 11조원 이상의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소비자의 손해배상 소송, 주가 하락, 절차적 거래비용 등 간접적인 손실을 포괄하면 손실액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최순실 사건의 근거지인 ‘미르-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는 대박을 터뜨린 듯했지만 오욕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문화계와 스포츠계에 미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아예 돌이킬 수 없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3만3018건으로 2013년에 비해 2년 사이 17.9%가 증가했다. 사건은 2만9326건(88.8%)은 합의권고로, 3692건(11.2%)은 조정신청으로 처리됐다. 이 가운데 건설산업과 연관된 토지·건물·설비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559건으로 전체의 3.2%에 해당된다. 2년 전에 비해 12.7%가 늘어났다.

소비자(수요자)가 똑똑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해타산에 더욱 민감해졌다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공급자가 긴장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그 이전에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점과 대응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갤럭시 노트7의 경우 국내외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수는 10여 건에 불과하지만 개발 투자비용과 총 생산 및 유통 비용 대부분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지불해야만 했다. 직접적인 추정 손실액 11조원을 향후 갤럭시8의 판매를 통해 회복하려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15%로 가정하면 대략 8100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하는 수준이다. 개발 과정에서 잠재된 리스크를 간과한 대가를 혹독하게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상이한 속성이 있다. 리스크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발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는 반면에, 불확실성은 가상적인 시나리오일 뿐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기조차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자는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후자는 범위와 강도가 포괄적이므로 적확한 대응이 어렵다.

정보통신 및 인공지능 융합기술의 발달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기하급수적인 확산으로 리스크의 사후적 파급효과는 증폭될 것이다. 비록 10여 건의 불량 신고라 하더라도 수천만 명의 소비자들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공급자에게 부가적인 비용을 부담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 생산과정에서의 비용은 사후적으로 추가될 여지가 커지게 됐다. 

리스크 비용은 사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과 다르다. 생산 비용은 실적 비용으로써 산출이 가능하지만 리스크 비용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증폭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리스크 관리는 시공 과정에 집중돼 있다. 건설산업이 융·복합 건설 서비스로서 생애주기적 품질 관리를 지향한다면 리스크 비용에 대한 인식과 최소화 대응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시설물이 완공됐을 때 핵심 구조물 부분을 포함한 대부분은 내부 자재로 덮여져 있고 감리 감독에도 불구하고 시공 과정에서 품질 시험과 검증이 부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렵다. 리스크의 발생 확률이 낮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해야 한다. 

건설산업은 하자보수 및 유지관리에 갖가지 갈등을 빚어 왔다. 부실시공은 전형적인 리스크 몰지각의 경우이다. 건설산업이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대중적 신뢰감을 상실해 왔다면 생산 비용에만 몰입한 나머지 사후적인 리스크 비용을 고려하지 못한 단견의 소치라고 판단된다. 

기업의 수익은 단기 생산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익성은 동태적으로 고려돼야 하고 기업과 산업은 지속가능해야 수익성도 향상될 수 있다. 

리스크 비용은 해당 기업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소비자뿐만 아니라 행인이나 청소년이나 가정주부처럼 동떨어진 간접 소비자에게도 경제심리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면서 산업과 제반 활동의 초연결망이 구축된다면 산업의 융복합화에 따른 긍정적 집적효과뿐만 아니라 리스크 발생의 범위와 강도가 증폭되는 부정적인 분산효과도 유발될 수 있다. 리스크 비용은 그 자체 비용에 국한되지 않고 이후 수익창출 구조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건설산업이 일회적 수주산업에서 탈피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질적 발전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은 물론 대탐대실(大貪大失)의 경제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정글에 함정이 없을 수 없다 하더라도 피해 가면 더 이상 함정이 아니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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