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호(號)가 난파 일보직전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경제 컨트롤 타워는 실종상태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능은 사실상 마비돼 있다. 기업들은 잇단 총수 소환 및 증인채택 등으로 이리저리 눈치만 살펴야 하는 지경이다. 법인세는 인상 분위기인데 경제 활성화법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기업환경을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사상 최대 규모인 400조원으로 편성된 예산안마저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일주일 앞으로 남겨 놓고 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치열한 검증 과정 없이 몇몇 예결위원선에서 임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내년도 나라살림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되는데 말이다.

한술 더 떠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의 수출에 빨간불이 하나 더 켜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미 수출량이 많은 국가에 적개심에 가까운 반발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미국이 제2의 수출 시장인 한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지표로 봐도 우리 경제는 최악이다. 경제 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최 씨 국정농단 사태로 4분기 경제 성장률 둔화 폭이 더 커지고, 경기회복이 지연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10월 실업률은 11년 만에 최고였으며, 사실상 실업자로 여겨지는 취업준비자는 10월 기준 65만명을 돌파해 13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육박하는데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국지적이라고 하지만 부동산 이상 과열과 거품은 위험천만한 수준이다. 감소세를 지속하는 수출은 자동차업계 파업과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등으로 인해 지난달에도 3% 이상 줄었다. 조선, 해운, 철강 등 경쟁력을 잃은 산업 구조조정의 앞날은 안개속이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가 더해지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 채권금리가 급상승했으며,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요동쳤다. 그의 당선 이후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시장의 금리가 뛰면서 신흥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썰물 빠지듯 한다면 우리 경제는 큰 타격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는 정국과 무관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도 유일호 경제 부총리와 임종룡 후임 부총리 내정자가 엉거주춤 동거하는 상태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리더십은 정국에 말려 실종되고 있다. 이 상태라면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수립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제 리더십이 필요한 때에 청와대도, 국회도 서로 공 돌리기 식으로 설전만 계속하고 있다. 경제공백을 더 이상 방치하다간 민생이 파탄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정치와 별개로 경제 살리는 데는 너나없이 함께 힘을 모으는 대승적 결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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