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매우 사소한 잘못일지라도 자주 일어나고, 모이면 큰 재앙으로 발전된다. ‘콘크리트 균열 하자 판정을 두고 정부와 법원이 각기 다른 기준을 제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대한전문건설신문 11월28일자 1면)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현재 콘크리트 균열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0.4㎜, 법원은 0.3㎜를 기준으로 하자의 경중을 구분한다. 이 기준을 넘어서면 심각한 균열로 판단한다. 0.1㎜ 차이는 그야말로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차이로 말미암아 보수공법이 ‘표면처리 방식’과 ‘충전식 균열 보수방식으로 나눠지며 그 비용은 1m에 5000원에서 2만원으로 무려 4배나 뛰어 오른다.

국토부와 법원의 균열 판정 기준이 다른 것은 관료와 법관, 즉 공무원들에게 아직도 민생에 대한 책임과 소명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 기준 개정안’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건축감정실무 추록’을 각각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양측이 이 기준을 제·개정하기 전에 어떤 의견인지를 한 번이라도 서로 점검했더라면 이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0.1㎜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보수비용이 4배나 차이난다는 점에서 업체가 생존하느냐 아니냐와 직결된다”는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건설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토부 기준을 따랐다가 법원이 큰 보상지불을 판결하면 업체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는 이 현실을 무시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안일해서이다. 

중국 북송 때의 한 고사는 공무원들의 이런 안일과 실수에 대한 경고로 삼기에 충분하다. ‘장과이야(張乖崖)가 숭양(崇陽) 지방 현령으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그가 관아를 순찰하고 있었는데 한 관원이 황급히 뛰어 나왔다. 수상쩍게 여겨 잡아 조사하니 그의 상투 속에서 창고에서 훔친 엽전 한 닢이 나왔다. 장과이야는 판결문에 하루에 1전이면 천일에 천전이요(一日一錢 千日千錢), 먹줄에 쓸려 나무가 잘라지고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繩鋸木斷 水滴穿石)고 쓰고는 바로 그 관원의 목을 베어버렸다.’ 한심한 것은 죽기 전에 그 관원이 했다는 소리다. “아니 엽전 한 닢 훔친 게 뭐가 그리 잘못됐다는 것이오?” 엽전 한 닢의 중요성을 모르는 자나 0.1㎜의 중요성을 모르는 자나 공무원으로서는 함량미달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정책과 경제팀이 국민 대다수로부터 불신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표현 같이 공무원들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영향을 자기 일인 듯 세심하게 살피면서 제정하고 시행하라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공무원들이 더 많다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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