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철강단지와 결합해 
 랜드마크를 만들려면
 어설픈 에펠탑 복제론 안된다
 ‘스토리’를 담아낸
 특화된 진품을 창조해야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경북 포항시가 철강도시의 랜드마크로 파리 에펠탑을 모방해 철강타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 승격 70년,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1500억원을 투입하는 랜드마크를 계획한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시는 서둘러 ‘구상 중인 단계’일 뿐이라며 물러섰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에펠탑의 가치를 모방하고자 한 고심은 이해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미지수다. 도쿄에 세워진 도쿄타워는 분명히 에펠탑을 복제했다. 에펠탑보다 11m 정도 높지만 원조의 가치를 넘어 설 수 없었다. 에펠탑은 매년 유료 관광객이 700만명을 넘고 파리의 랜드마크를 넘어 프랑스가 세계 3대 관광국으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에펠탑 건립 당시에 반대가 극심했다.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망가뜨리는 도시의 흉물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1897년 당시 파리의 예술가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반대를 넘어 선 에펠탑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2009년에 이탈리아 상공회의소가 추정한 에펠탑의 가치는 619조원을 넘었다. 세계 최고 높이 버즈칼리파는 연간 1200억원 정도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벨기에 건설회사 대표가 말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30년안에 투자비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3년 전 정부가 덕수궁에 있는 경회루의 가치를 99억원으로 발표해 온갖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포항시가 기획했던 에펠탑 복제품 건설 논란을 보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해 본다. 시민 모두가 동의하는 랜드마크는 기대하기 어렵다. 랜드마크를 건설의 먹거리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때 1500억원이 아깝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철강단지의 경쟁력이 줄어지고 있어 도시 경제를 위해서는 분명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세계적인 철강단지와 연계해서 복제품이 아닌 진품을 건설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항은 바다와 철강단지를 끼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동해를 따라 걷는 해파랑 길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인 경주도 옆에 있다. 

철강산업의 가치를 높여주는 방안으로 스페인의 빌바오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빌바오는 한때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철강자원의 고갈로 시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떠나 유령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 당국은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기로 했다. 진품은 아니었지만 빌바오를 상징하는 철을 소재로 해 티타늄으로 외벽을 처리했다. 미술관 자체를 관광 상품화시킬 정도로 독특한 설계를 했다. 빌바오는 바다에 인접했고 옛 철강산업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세계적인 성지순례길인 산티아고 코스에 포함돼 있으며 인근에는 소몰이 축제(실제 기간은 15일 남짓)로 유명세를 타는 팜플로나(27만명)가 있다. 

빌바오시는 구겐하임미술관으로 한때 15만명까지 줄었던 상주인구가 40만명까지 늘어났다. 팜플로나를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포함하면 매년 방문하는 유동객이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2년전 방문 당시에 들었다. 죽어가던 철강도시가 완전히 관광과 문화도시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술관 하나가 도시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철을 원료로 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천가지의 제품(일종의 미니어처)을 만들어 이를 실내 공간에 전시하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을 건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경주나 철강단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코스에 철강박물관과 해파랑 길을 연결하면 좋을 것 같다. 포항의 위치와 철강단지를 융합시켜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철강타워 건설 계획은 명분은 있었지만 스토리가 없었다. 철을 원료로 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은 거의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철강단지의 역사와 함께 경제성장 기적을 일궜던 살아있는 경제역사 얘기와 철로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세상을 보여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미니어처로 보여 줄 수 있는 스토리 개발이 필요한 것 같다.

복제품으로는 절대 에펠탑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다. 왜 또다시 도쿄에 634m의 철탑 ‘스카이 트리’를 건설했는지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진품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포항시뿐만 아니라 지자체들 모두가 당면해 있는 공통의 문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그냥 있는 것을 복제한다는 편리(?)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지역을 특화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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