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겨울 맹추위가 오지 않았지만 대한(大寒)의 한파만큼이나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연말의 상징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귀를 쫑긋 세워야 간간이 들리고 신나는 멜로디는 마음을 들뜨게 하지 않는다.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근심이 더 많이 어른거려 보인다. 마치 대한민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가 그대로 투영된 것처럼. 실제 올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쳤다. 조선·해운 업종의 대량 실직과 갈수록 줄어드는 가처분소득은 미래를 보는 부정적 관점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행히 올해 부동산 시장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는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과잉공급 우려에도 저금리에 의한 풍부한 유동자금과 전세난을 벗어나기 위한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활황세가 이어졌다. 올해 공급물량은 약 50만 가구. 지난해(51만4982가구)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음에도 전국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055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9만원 올랐다.

염려스러운 건 올해 선방이 부동산 시장 여건 개선의 결과가 아니라 2014년 7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규제 완화의 부산물이라는 점이다. 인위성이 강했던 과감한 규제 완화는 박근혜정부의 몰락처럼 순식간에 사라졌고 달라진 대내외 상황과 시장 환경으로 내년은 혹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올 만큼 경제 상황이 나쁘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를 맡고 있는 건설·부동산이더라도 거시경제 흐름과 별개로 홀로 상승세를 타기는 어렵다.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고 홍콩과 캐나다 등 가계부채가 급증한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은 초저금리로 떠받쳐 온 집값이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세계로 감염시키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내년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1300조원의 가계부채를 떠안은 한국은 기준금리 인상 압력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난해한 함수를 풀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원활하게 자금을 대던 금융 환경도 급변한다. 내년부터는 금융권이 아파트 잔금 대출 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아야 하는 비거치식 분할 상환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 분양권 전매 차익이나 등기 후 시세차익을 노린 자기자본 비율이 낮은 투자자들의 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여 수요 측면에서도 과잉공급 못지 않은 악재가 돌출하는 셈이다.

관치로 점철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완벽한 실패였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돌파구는 여전히 창조와 창의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수익률 하락 압력에 시달리는 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저출산·고령화가 대세가 되면서 아파트 용지를 사고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짓는 사업 모델은 용도폐기 단계다. 우리나라보다 사회·경제 현상이 20년 앞서는 일본을 볼 때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경제력을 갖춘 노인을 위한 요양·휴양시설이나 주택관리서비스가 훌륭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방·직방 등 온라인 매물 중개와 같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골든타임’을 지나쳤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2017년 부동산 시장을 열어젖히자.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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