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해인 병신(丙申)이 지나고 닭의 해인 정유(丁酉)가 밝았다. 십간의 정(丁)은 불의 기운을 상징하기 때문에, 정유년을 상징하는 동물은 닭 중에서도 ‘붉은 닭’이라고 한다. ‘붉은’은 ‘밝은’으로도 표현되며, 또한 밝아서 ‘총명(聰明)’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도 어둡고 어수선한 시절이라 밝음과 총명이라는 의미가 한층 간절하게 다가온다.   

병신년 직전에 본 사설은 ‘병신년 맞이하기가 두렵다’고 썼다. 사방이 막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을 표현했던 것이다. 정유년을 맞는 지금 우리 경제는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악화돼 거의 주저앉을 지경이다. “경기가 ‘IMF 위기’ 때만큼 나쁘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기업, 은행, 경제연구소 등은 정유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평균 2% 초반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내놓은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 3%에 훨씬 못 미친다. 이 예측대로라면 올해 한국은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에다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 말 그대로 ‘잠자는 경제’인 셈이다.

우리 경제의 대내외적 환경은 너무 거칠어 낯설기까지 하다. 

먼저 국내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등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 32곳 중 21곳이 올해 투자를 동결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다가 가계부채는 1300조원이 넘어섰는데, 공공부문부채도 1000조원을 넘어섰다. 가히 ‘부채 공화국’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부채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폭발의 순간으로 흐르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도 나온다. 장기 저성장과 청년 실업 등으로 소비와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에 이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 대립은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세계 경제를 억누를 태세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만큼 위기관리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에 더더욱 빈틈없는 위기돌파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국 혼란을 핑계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혁신, 기술개발, 경제구조개혁 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경제 살리기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주저앉는 경제를 다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붉은 닭이 상징하는 총명에서 총(聰)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明)은 ‘눈이 밝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 귀와 눈을 밝게 해 국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길 기대해 본다. 경제가 살아야 국가도 활력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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