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슈조 후루사카 일본 교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일본선 부당한 하도대 금지 
업체수 많아 과당경쟁 몸살
건설사들 통폐합이 숙제로

한국도 현장반장 역할 강화
기간기능자제도 도입해 볼만

건설산업 경기가 2017년에는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장기불황이라는 길을 20년 가량 걸어왔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으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까. 최근 세미나 참석차 서울대학교를 방문한 일본 교토대학교 건축학과의 슈조 후루사카 교수를 만나 해법을 물었다.

슈조 교수는 일본의 건설사업관리협회의 설립을 주도해 초대회장을 지냈고 민간연합협정 공사도급계약약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국토교통성 종합평가방식의 활용·개선에 의한 품질확보위원회 위원 △문부과학성 신국립경기장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기초토공사 문제 대책위원회 위원 등 민관의 각종 위원회에서 활약했다.

- 과거에 장기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건설전문가로서 한국의 건설산업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일본의 과거 건설산업 장기불황은 불경기의 영향이 아니라 과거에 필요하지 않은 도로, 교량 등 지나치게 많은 공공시설을 건설한 과잉 공공투자의 반동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교체로 인해 건설투자가 감축되고,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리먼 쇼크로 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물론 경제의 불경기도 존재했고 건설산업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경제 불경기를 공공건설 투자로 회복한 것은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진 재해 복구공사를 통해 건설투자액이 완만한 상승세로 전환됐습니다. 현재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결코 전성기의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의 건설산업에 대한 조언으로는 경기부양책으로 공공건설 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서울시나 부산시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또는 지방의 인프라 정비에 중점을 둬야하고, 일본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인프라의 유지관리 및 수리에 투자하고 그 시장을 키워야 하며,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 및 품질확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일본의 건설업계는 불황을 극복한 상황입니까. 극복했다면 주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불황을 극복했다고 하기 보다는 과잉투자가 감소했으며, 또한 동일본 대지진의 복구 사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투자는 최고 때인 1990년 84조엔(약 850조원)이었다가 2008년에는 42조엔으로 절반까지 줄어들었다가 최근에는 51조엔으로 회복돼 전성기때의 60%, 최저치에서 20% 늘어난 정도입니다. 게다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이 상태가 계속되겠지만 그 이후에는 건설투자가 다시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건설업체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건설 투자액의 변화보다 대응이 느린 건설시장은 과당경쟁상태에 있습니다. 유지보수 시장과 해외시장 진출 등을 내세우는 건설업체는 현재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며,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둔하다고 판단됩니다.

- 한국에서는 원도급자가 계약상의 입장을 이용해 하도급자를 괴롭히는 일이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떻습니까?

▶일본에서는 원·하도급의 유대 관계가 전통적으로 강력하며, 거의 모든 종합건설업체에 협력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미즈건설은 켄키카이(兼喜会), 다케나카건설은 치쿠와카이(竹和会), 오바야시건설은 린큐카이(林友会) 등이 있습니다. 특히 구체공사 부문에서 강력한 결속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상호신뢰, 상호상조의 관계가 있으며 보다 나은 결과물을 목표로 합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결속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옅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도급자가 협력회 이외의 전문건설업자에게도 공사를 맡기거나 가격 경쟁을 통해 특명, 지명으로 전문건설업자를 선정하면서 상부상조 관계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당연히 하도급자에 대해 저가를 요구하거나 본래 있어서는 안 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일본의 건설업에는 부당하게 낮은 도급대금의 금지, 부당한 사용자재 등의 구입강제 금지 규정이 있습니다.

- 한국의 국내 건설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꽤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지론을 말씀드리면 건설업체 수의 제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업체 수가 100이라고 한다면 그 3~5배 정도는 인정합니다. 그 이상은 자연 소멸, 혹은 기업 합병, 업종 변경 등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국토교통성의 건설산업 전략회의에 참석해 각 지역별로 건설업자 수의 상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만 어려운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제동장치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무난한 방법이 통폐합, 직종 전환입니다.

- 일본의 건설제도 가운데 한국에 추천하고 싶은 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기능자제도 가운데 특히 기간기능자제도(www.yoi-kensetsu.com/kikan/about.html)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건설 공사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품질, 비용, 안전 면에서 질 높은 시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기술노동자, 특히 그 핵심인 반장 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핵심기능자는 숙련된 작업 능력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장을 정리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관리능력이 뛰어난 기능자로, 전문건설업협회로부터 자격인정을 받은 자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른바 선임 반장 등으로 원도급자의 계획·관리 업무에도 참여해 보좌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기간기능자제도는 1996년 전문건설업협회에 의한 민간 자격으로 시작됐습니다만 2008년 1월에는 건설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등록기간기능자제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같은 해 4월 이후 국토교통성 장관이 등록기관에서 실시하는 일정기간 기술강습 수료자는 ‘등록기간기능자’로 인정받고, 사전자격심사(PQ)의 경영사항 심사에서도 평가대상이 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정부와 건설업계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건설활동에 관해서는 좀 더 이웃나라의 기술, 구조, 교육방법을 배우고 또는 이웃나라에게 전수하는 상호교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1년 소수의 뜻이 있는 사람들과 일본 CM협회를 설립했습니다. 건설 시공업계, 설계 디자인업계, 국토교통성의 지원은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협회는 일본 유일의 CM협회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전후에 한국에서도 많은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유학생을 받아들이고, 한 사람의 연구자, 실무자로서 성장시킨 후에 한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러한 교류를 좀 더 늘리는 것이 양국의 건설 산업에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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