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시설물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해야 한다 
 현재의 건설이 미래의 시간을
 미리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미래는 현재 건설되고 있어야 한다
 하루살이를 자청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신의 경지에 이르려면 통과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아마도 ‘시간의 통제’일 것이다. 생명체에 생명이 본질이지만 복제술과 생명연장술 덕분에 인간은 생명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배력을 획득했다. 공간의 제약이나 이동도 중요한 관문이었지만 인간은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IT 기술의 발달로 급속도로 돌파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은 여전히 어렵다. 시간의 흐름은 순차적이다. 중단시키거나 완급을 조절하거나 역전시킬 수 없다. 가령 내일을 지나서 어제가 된다든지 어제에서 오늘을 건너뛰어 바로 내일이 될 수는 없다. 

시간을 지배할 수는 없더라도 그 흐름에 파고드는 상상력은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의 어디엔가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상상하면서 공간이 시간을 집어삼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중력에서 멀어질수록 시간의 흐름은 더디다는 점은 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 만일 중력의 지배를 동일하게 받는다면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도 동일하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주관적으로 인지하고 수용하기에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는 0.01초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바뀔 수 있지만 건강달리기에는 10분(600초)의 가감이 건강유지 여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4차 혁명을 거론하는 21세기에 건설 산업은 자칫 구태의연하고 낙후된 경제활동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건설 산업은 무형의 공간에 유형의 창조물을 세우기 때문에 무한한 상상력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상력이 결핍된 건설문화에 체념하거나 익숙해져 있다. 자책과 열등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시간의 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상상하고 투영해 보면 건설 산업은 시간의 흐름을 파고드는 여흥을 즐길 수도 있다. 

먼저 시간의 틈을 혁신적으로 활용해 보자. 물론 시간의 흐름을 단절하거나 저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의 틈을 벌렸다가 다시 붙인다는 상상력으로 시간의 틈을 만들어 보자. 예컨대 어떤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주인공이 마포대교 난간에서 석양의 붉은 빛을 안고 서 있다가 여의도 공원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을 묘사했다고 가정해 보자. 소설에서는 난간에 서 있던 모습과 공원으로 되돌아오는 장면이 바로 이어지므로 시간의 단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는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심경의 변화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를 며칠간 시차를 두고 고민했을 수도 있다. 모든 활동을 초월적 관점에서 보면 시간의 틈을 상상할 수 있다.

형틀목공일과 철근 작업과 콘크리트 타설 일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만일 철근 작업과 콘크리트 타설 일 사이에 상당한 시간의 흐름을 상상해 삽입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다양한 고민과 실천적 시도의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 그저 비가 그치도록 기다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발상이다. 역으로 시간의 틈을 메울 수도 있다. 철근 작업과 미장일은 시간적으로 동떨어져 있지만 시간의 간극을 접으면 바로 이어지는 작업이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시간의 상대성을 높여보자. 60분, 24시간, 30일 등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3600초와 60분, 1440분과 24시간, 720시간과 30일은 물리적으로는 동일해야 하지만 관점과 활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 초점을 맞추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은 건설 산업에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공기단축은 비용 측면만이 아니라 품질 측면을 상대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설계 단계의 1시간과 터파기 단계의 1시간과 전기·소방·설비 단계의 1시간은 상대적 가치가 다르다. 시설물의 품질과 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공정단계에서는 같은 시간이라도 촘촘하게 늘여서 활용함으로써 시간의 상대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공기단축은 획일적이 아니라 공정단계와 파급효과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가속페달을 달아보자. 가속페달은 오르막에는 부담이 가중되고 내리막에는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경감된다. 지리적으로는 산봉우리가 있으면 계곡도 있어야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는 내리막길이 지속될 수도 있다. 혁신의 선순환이 시간의 내리막길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 산업이 시간의 가속페달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시간을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건설 시설물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해야 한다. 현재의 건설 산업이 미래의 시간을 미리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미지의 미래 세계는 현재 건설되고 있어야 한다. 건설 산업이 하루살이를 자청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건설 산업에도 시간의 가치를 투영시키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