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즈오카현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교수를 만났다. 그는 월세 10만엔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집을 사시지 그래요? 오래 거주하실 꺼면 내 집을 갖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집을 사는 순간부터 집값이 떨어져요. 마치 자동차 사면 다음날부터 감가상각 되는 것처럼. 도쿄 핵심지역이나 집값이 오르지 대체로 떨어진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다 보니 빈집도 많고요.”

통계학적으로 보면 올해부터 한국은 건국 이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생산가능인구(15~49세)가 마침내 줄어든다. 일본이 20여 년전부터 겪었던 일이다. 생산인구감소는 나름 의미가 크다. 생산과 소비를 가장 왕성히 하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뜻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그만큼 활력을 잃게 된다. 

미국의 인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해리덴트는 ‘2018 인구절벽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미국와 유럽, 일본이 활력을 잃기 시작한 때가 생산가능인구 하락 시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생산인구감소는 인구감소 시대의 전조쯤되는 셈이다. 그는 생산가능인구의 기준을 45~49세로 봤다. 해리덴트는 한국도 2010년에서 2018년까지 소비지출이 정점을 찍은 뒤 2018년부터 이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구절벽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8년 이후 부동산 침체를 예상하는 것도 이 이론이 바탕이 됐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한 세미나에서 “통계적으로 볼 때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복지비 부담을 비롯해 중국 소비시장 경색, 가계부채 부담, 내수 불황 등이 맞물려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전체 감소도 몇 년 남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1년부터 한국의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한다. 고작 14년 남았다. 지난 10년간 150조원을 퍼붓고도 저출산은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14년 뒤라고 뾰족한 반전이 있기를 바라기는 어려워 보인다. 1972년 한 해 102만명이 태어났던 아이들은 지난해에는 40만명도 간당간당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통계가 집계된 이래 역대 최저다.

집값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국내 집값은 꽤 올랐다. 서울 집값은 대충 20%가량 올랐고, 1억~2억원 정도 자산가치가 늘어났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기가 좋아서라기보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규제까지 완화해 준 정부의 정책적 노력덕이 컸다. 집값 상승은 부동산 활황으로 이어졌고, 해외수주 가뭄을 겪던 건설사로서는 단비가 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올해다. 한껏 가격을 올려놓은 데다 대출까지 많이 나갔으니 정부는 좀 죄고 싶은데, 정권교체기가 돼 버렸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된다면 4~5월께, 되지 않더라도 12월에는 대선을 치른다. 대선정국에서 집값을 잡는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의 올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업무보고를 보면 부동산규제와 지원책이 뒤섞여 있다. 이럴 때 집값이 크게 뛰거나 떨어진다면 정부가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은 더 크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화 됐다지만 여전히 정부의 힘이 큰 분야가 부동산이다.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정치리스크가 극에 달할 올해는 부동산 분야도 중요한 한 해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무리하게 부동산시장에 개입하지 말되 시장의 움직임은 이상징조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깐깐히 들여다봐야 한다. 적어도 ‘그해’ 위기가 부동산에서 시작됐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한 해다.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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