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과 소득 감소로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까지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서민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가 너무 어둡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설 성수품과 생활필수품 27종은 1년 전보다 9.9% 올랐다. 지난 6일자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무의 소매가격은 개당 3096원으로 최근 5년 동안 평균가격 1203원의 두 배 이상 올랐다. 배추는 지난해 초보다 50%, 수입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급등했으며, 오징어와 갈치는 평년보다 각각 14.5%, 21.2%가 올랐다. 계란은 너무 올라 값 알아보기가 겁난다. 일부 공산품과 공공요금도 인상됐다.

소득이 늘었어도 달갑지 않은 게 물가 인상인데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을 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과 가계 가처분소득(세금 등을 낸 후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도 마이너스다. 특히 GNI는 지난해 2,3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는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또 지난해 3분기 40대 가구주 가계의 월 평균 소득은 505만2153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569원(-0.03%) 줄었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 가구주 가계 소득이 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외벌이 가구의 소득은 2015년 3분기 377만원에서 분기마다 줄어들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371만원으로 6만원이 줄었다. 이 역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소득이 줄어든 것은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이 임금을 올릴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도 원인이다. 2년 연속 감소세였던 수출이 지난해 말 반등, 약간의 위안이 되지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아직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성장률 예상치를 낮춘 중국은 특히 우리의 사드배치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높이고 있다.

유럽도 불안하다. 브렉시트 후폭풍이 아직은 잠잠한 편이지만 언제 태풍이 될지 모른다. 이들이  빗장을 내리고 자물쇠를 잠그면 우리 경제는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 비상시국을 벗어나려면 어느 때보다도 더 ‘출중한 경제 리더십’과 ‘상상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데 두 가지 모두 눈을 비비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 리더십은 밝은 미래를 꿈꿀 여유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닥친 일 막기에도 힘이 부친다.

대한민국 전부가 오로지 ‘누가 대권을 잡을 것이냐’, ‘어떻게 잡을 것이냐’라는 정치적 상상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정책 당국자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치에 짓눌린 경제적 상상력이 숨 막힐 수밖에 없다. 얇아진 지갑, 가벼워진 장바구니 앞에서 서민들도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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