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6일 편집국에서 올해 첫 심야 당직을 하며 뉴스를 검색했다. 밤 늦게 눈에 확 띄는 뉴스가 한 꼭지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IMF는 그동안 한국이 올해 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한국의 실망스러운 경제여건과 정치상황 등을 감안해 3% 성장 전망을 취소해버렸다.

궁금해서 IMF 홈페이지에 오른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뒤져 봤다. 요약 보고서에는 ‘한국’(Korea)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나온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성장률이) 하향조정됐다”는 게 전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낮춰졌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0.2%포인트 떨어졌다. IMF나 세계 주요국가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따위는 관심거리도 안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다른 나라 사정은 딴 판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은 1.9%로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0.1%P, 내년 성장률은 지난 10월보다 0.2%P 높은 2.0%로 상향 조정됐다. 독일, 일본, 영국 등도 경제 성장이 전망됐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곳곳에서 경제 위기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린다. 제조업 취업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IMF 사태 때보다 나쁘다는 통계도 나왔다. 

나라 밖 사정도 녹록찮다.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공공연한 경제보복에 나섰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했다.

이들과의 교역에 상당한 경제력을 저당 잡힌 우리에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가뜩이나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의 늪에 빠져 혼란만 계속된 지 오래다.

이렇게 답이 없는 상황이라 그저 식어가는 싸늘한 경제의 아궁이에 불쏘시개라도 넣어보려는 정부의 노력이 가상할 뿐이다. 국토교통부의 사례만 보자면, 국토부는 1월12일 긴급 재정 집행 점검회의를 얼어 본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올해 사업 예산 62조7000억원 가운데 1분기에 18조2000억원(29.0%), 상반기에 34조9000억원(55.6%)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잘한 일이다. 국토부가 담당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고용 등에서 사회적 파급력 또한 크다.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이 좌초 또는 실종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감도 시급히 불식해야 한다. 1월18일 강호인 국토부장관이 급하게 ‘뉴스테이 정책간담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행사 하루 전에 출입기자들에게 일정이 공지됐다.

간담회에서 강 장관은 “국민 피부에 와 닿고 시장에서 호응을 얻는 정책은 정권과 무관하게 연속성을 갖는다. 뉴스테이 정책 기조는 죽 이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나라 안팎의 여건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책 당국은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지속성을 담보해줘야 한다. 대통령이나, 또는 다른 누구 일 개인의 일탈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음을, 또 그래도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음을 국민이 알아야 한다. 국민이 절망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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