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쿨러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끈 채 용접기로 철근 절단 작업을 했다.”, “방염포나 불티 비산방지 덮개 등 화재예방 안전조치 없이 용접불티를 일일이 끄며 작업했다.”…

사망자 4명을 포함해 모두 51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4일 동탄 메타폴리스 쇼핑몰 화재가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였다는 정황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건물이 66층 주상복합건물이었다는 점에서, 만일 불이 쇼핑몰에서 주거공간으로 옮겨 붙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아찔하고 섬뜩하다. 고층건물에 대한 화마(火魔) 위협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전국의 30층 이상 건물은 지난해 말 현재 아파트를 포함해 2541개 동, 50층 이상은 85개 동으로 소방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초고층건물의 문제는 화재 시 진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위험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2010년 10월 부산의 해운대 마린시티 화재 당시 4층에서 발화한 불이 마감재를 타고 순식간에 38층 옥상까지 번진 사례가 있다.

화재 진화에 흔히 쓰이는 고가 사다리는 초고층건물의 상층부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경기도 내 소방서에 배치된 진화용 고가 사다리는 최고 17층까지만 작업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진화용 고가 사다리는 25층(68m)까지 작업할 수 있는데, 그마저 부산시에 단 1대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초고층건물 주변에는 난기류가 많아 소방헬기 투입도 여의치 않다.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부를 통해 초고층까지 올라가는 것도 극히 어렵다. 소방관이 20kg짜리 산소통을 메고 계단을 통해 67층에 도착하는 데는 대략 22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면 평소 50분 쓰는 산소통이 10여 분 만에 바닥난다는 것이다.

다른 화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초고층건물 화재는 철저한 안전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발화를 감지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건물 내부의 진화 및 확산차단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2012년 3월 발효된 개정 건축법 시행령은 초고층건물에 30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고, 방독면·의약품·조명등 등을 비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완공된 건물 상당수는 이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관련 법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화마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행태는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의 단면일 뿐이다.

당국의 현장 점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서울시 소방안전본부는 작년 3~6월 관내 30층 이상 397개 동의 화재예방시스템을 모두 점검했다고 한다. 이런 점검이 결코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점검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이 완벽히 보완됐는지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큰 사고마다 따라붙는 ‘인재’라는 꼬리표를 이젠 우리도 떼어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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