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대증요법으론 안된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 시장과의 전면전에 나서고 있는 듯하다.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겨냥해 안전진단 관련 직권 조사, 초고층 재건축 불허, 세무조사, 담합조사 등 연일 내놓은 대책으로도 효과가 없자 공권력까지 동원해 서울시 전역의 재건축 비리 특별단속에 들어가는 등 전 방위 합동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재건축 비리와 관련해서 전면 수사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부동산 분양 시장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도곡 주공 2차 단지에 대해 분양승인을 보류함으로써 재건축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건교부는 지난 25일 강남 재건축에 대한 법적 하자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뒤 반나절 만에 송파구청이 잠실 주공 2단지를 전격 분양 승인함으로써 모양새가 일그러졌지만 26일 강남구청으로부터 도곡 2차의 분양승인 보류 결정을 이끌어내 일전불사 태세를 다시 갖춘 듯하다.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의 집값이 최근 다시 들썩거린 시발점이 잠실 주공 단지로 그 불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화급히 불길 진압 작전에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치솟는 강남의 재건축 시세를 방치했다가는 집값 폭풍이 또다시 전국을 휘몰아칠 것이 뻔하다. 재건축에는 워낙 많은 이권이 걸려 있어 철거에서 입주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리가 판 치고 조직적인 작전세력이 개입해 뇌물규모가 무려 수백억원대에도 이르는 복마전인 만큼 시장 질서 확립과 집값 불안 요인 제거 차원에서 규제와 단속의 칼을 들이댄 것은 불가피한 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대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데 있다. 대증요법의 약발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언제까지고 용수철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부동산시장을 초토화한 2003년 10.29대책 이후 불과 1년반 만에 또다시 초강수를 던져야 하는 지경에 이른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정부도 알고 시장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고단위 처방은 시장의 내성만 키울뿐 사태의 근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분양가를 낮춰도 곧 주변 시세를 따라갈 것이기 때문에 분양받은 사람만 혜택을 볼 뿐이고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값이 오르면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집값안정이 발등의 불인 정부가 내 놓을 수 있는 대책들은 되레 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제는 두더지 잡기식의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왔다는 사실을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수요억제보다 공급 확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판교 등 수도권 신도시와 강북뉴타운 건설을 서두르고 재건축과 재개발도 규제보다 고급 확대에 기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투기지역 지정이 투기 억제에는 효과가 있었겠지만 괜한 실수요자에게도 과중한 세금 부담을 지워 거래가 끊기는 부작용을 빚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부동산 정책을 수립, 집행해 나가기 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부동산 활성화와 억제 정책을 쓰며 근시안적으로 대처하다보니 오히려 국민의 투기심리만 부추겨놓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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