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 젖어 버린 나쁜 버릇은 쉽게 고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5~2016년 사이 건설하도급 불공정 행위에 대해 내린 최종 제재 결정에는 제재 대상 원도급사들의 몸에 밴 ‘악질 근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악질 근성이 아주 오래돼서 일체화된 것처럼 붙어 뭐가 잘못인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사실, 공정위의 최종 제재 조치는 ‘악의(惡意)’에 대한 판단이다. 조사기간 중 자진해서 잘못을 시정하면 제재를 면제해주는데도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행위 자체가 악의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서 제재 조치를 내리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짓을 해놓고 끝까지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는 억지 춘향식 행동, 뼈 속까지 밴 악의를 갖고 하도급업체를 괴롭히는 철면피 행위가 그 대상이란 얘기다.

건설원도급사의 불공정 악행 1순위는 하도급대금 미지급이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부터 많게는 십 수억 원까지 하도급대급을 법정지급기일 내에 지급하지 않으며 하도급업체를 괴롭힌다.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까지 대금 지급을 미루는 행위, 심지어 1년 가까이(300일 가량) 지연 지급하는 심보는 악의 또는 악행 외에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은 하도급업체의 자금난은 물론 근로자의 임금과 일자리 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반(反)사회적 범죄 행위라 볼 수 있다.

원도급업체의 불공정 악행은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그치지 않고 △지연이자 및 수수료 미지급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 △현금결제 비율 위반 △서면 미발급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교부 순으로 쭉 이어진다. 정상적으로 지급돼야하는 대금이나 이자마저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차일피일 미루거나, 부당하게 결정해 도급업체를 골탕 먹인다. 정말로 ‘참 나쁜 원도급업체’라는 욕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밖에도 선급금 미조정, 물가변동 미조정, 경제적 이익 부당요구, 부당특약 설정, 부당감액, 이중계약서 작성 등등 불공정 악행 리스트는 하도급업체의 목줄을 쥐고 흔든다. 신고나 고발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수직적인 원·하도급 관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태도도 악행 그 자체이다.

하도급 관련 불공정 거래관행이 매년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공정위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하도급업체 수는 2015년 820개에서 2016년 665개로 19% 감소했다. 하도급업체들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하도급분야 거래 실태 점수도 2015년 75.7점에서 2016년 79.2점으로 3.5점 상승했다.

문제는 하도급 불공정 행위가 다소 줄어들지언정 결코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불공정 행위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고질적 버릇의 뿌리가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정부가 과징금 등 제재를 통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병행해, 하도급업체들도 자발적 신고를 통해 스스로가 불이익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권리는 스스로가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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