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너머 공간을 건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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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너머 공간을 건설하자
  • 김태황 교수
  • 승인 2017.03.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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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문건설신문] 남산타워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면 한강변에 네모난 건축물이 빽빽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 줄기와는 대조적으로 도심이 온통 뾰족뾰족하게 보인다. 우리의 시야는 기껏해야 180도까지만 열려 있어서 한꺼번에 360도 공간을 다 바라볼 수가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삶의 이야기는 좌우 360도×상하 360도=12만9600도로 펼쳐져 있다. 시야를 넓혀도 한참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건설 시설물은 그저 공간을 차지하는 구조물이 돼서는 안 된다. 대지에서 건평을 채우고 연면적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2만9600도로 펼쳐지는 다차원적인 입체 공간을 창출해 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고속도로나 철도가 이어지는 벌판은 공간의 밀도가 낮다. 주택이나 상가 사이의 공간, 한 층에 나란한 점포 간의 공간, 사무실 내 개인 또는 공용 공간의 밀도는 상대적으로 촘촘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효율성과 가치가 달라진다. 공간 너머로 공간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간과 더불어 공간은 상대성을 가진다. 예컨대 여객기와 주택의 화장실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도를 비교해 보면 절대적으로는 동일한 크기의 공간도 상대적으로는 효율성이 다른 공간이 되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빈 터의 넓이보다 건물이 세워지고 난 후 내부 공간이 더 넓어 보인다. 관광객은 현지의 빈 터와 공간을 보러 먼 길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재구성한 구조물과 조형물을 보러 다닌다. 물리적 공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인지적 공간은 축소될 수도 있고 확장될 수도 있다. 건설산업이 묘수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째, 건설산업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야 한다. 건설 활동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거나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효과적으로 자연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공간 문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변혁은 획기적이다. 45번 고속도로 위 몇몇 화장실에 들어서면 거의 호텔에 들어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화장실 건물 바로 뒤편으로는 자연과 맞닿는 공원 산책로가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공간의 혁신 사례는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 사례를 학습하러 온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매료시키는 강력한 예시이다.

동일한 생명체가 하나도 없듯이 동일한 공간도 하나도 없다. 건설 산업은 물리적 공간을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인지적 공간으로 확장하고 재창출해야 한다. 건설 산업은 종이접기를 하듯이 공간을 접었다 펼 수 있도록 공간의 마술사가 돼야 한다. 빌딩과 빌딩을 연결하고 도로와 도로를 연결한 이후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상상력과 기대감이 건설 과정에서 그려져야 한다. 그래서 발주자의 생각과 책임이 중요하다.

둘째, 현재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공간을 건설해야 한다. 역사적 이야기가 없는 유적지는 없다. 로마는 2000년전 유적지로만 먹고사는 뇌사상태의 도시나 다름없다. 파리는 미테랑 대통령 집권시기인 1980년대와 90년대에 건설한 현대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파리는 오늘날의 이야기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가는 시공간이 됐다.

셋째, 건설인은 공간의 창조자가 돼야 한다. 설계자나 시공자가 공간의 주인(지배자)이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공간을 넘나드는 정신과 흥밋거리를 추임새로 던지는 재주꾼이 돼야 한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꼬르뷔지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HLM)에 사회적 조화와 연대감의 시대적 예술정신을 구현했다. 저소득 거주자의 자존감을 세우는 공간을 창출했다.

넷째, 건설 산업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유연한 연결고리를 무수한 조합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시야를 360도에서 12만9600도로 확장해야 한다. 공간은 땅 아래에도 있고 땅 위에도 있고 공중에도 있다. 땅 아래의 고요한 공간이 땅 위의 분주한 공간으로 연결될 때에는 마치 삼각형이 사각형이나 원형으로 변형될 수 있도록 탄력적이 돼야 한다. ‘접이식 컨테이너’를 개발한 창의성을 터널이나 교량이나 공동주택 건설에도 발휘해야 한다. 

건설산업은 생산 활동의 현장이 공간 그 자체이다. 물고기가 물에서 가장 자유롭고 새가 공중에서 가장 자유롭듯이 건설 활동은 공간 활용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한다. 숫자만 바꿔지고 위치만 돌려지는 설계도는 자유로움을 상실한 자기구속이다. 시공 기술이 발전경로조차 알 수 없거나 은폐돼 있다면 자유로움을 탐닉하는 방종이다. 건설 산업은 공간 너머 공간을 내다봐야 한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건설경제산업학회 회장)

[김태황 교수] ecothk@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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