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7시51분 대전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직통 KTX가 동력장치 고장으로 영종대교 위에서 1시간40분가량 멈췄다. 사고 여파로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역 하행선 운행도 1시간30분가량 중단됐다. 인천공항 직통 KTX는 공항철도 서울역~인천공항 구간 상·하행선 1개 선로를 공용해 사고가 발생하면 공항철도도 연쇄적으로 지장을 받는다. 사고 열차를 검암역으로 회송한 후 KTX·공항철도 운행이 재개됐지만 피해는 컸다. KTX 승객 57명 중 17명이 예약 시간에 비행기를 타지 못해 코레일과 피해 보상 공방이 예상된다. 나머지 승객들도 비상버스와 택시 등으로 환승 후 인천공항으로 가는 불편을 겪었다.

공항철도 선로 위 KTX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공항을 떠나 서울역으로 가던 KTX 열차 바퀴 2개가 기관사 부주의로 선로를 이탈했다. 정전이나 폭설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인천공항 직통 KTX 승객은 개통 초기(2014년 7월) 5만1000명 수준에서 최근 8만명으로 1.5배 증가해 더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공항철도 선로 위 KTX 사고 여파는 수치로 계산되는 단순 피해를 훨씬 웃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공항철도 서울역과 인천공항역 사이에는 공덕·홍대·디지털미디어시티·김포공항·계양·검암·청라국제도시역·영종·운서 역이 있다. KTX가 고장 나면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서울 서부권과 인천 서북부 주민들의 발이 동시에 묶여 버린다. 코레일은 “(인천공항 직통을 포함한) KTX 정시율이 96%로 일반 열차(94%)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4%의 비정시성으로 인해 서울·인천 주민들은 막대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순간적인 작동 오류와 자연재해에서 KTX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울지하철 9호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직결을 추진 중이다. 현실화되면 일반공항철도·직통공항철도·직통 KTX·서울지하철 9호선이 동시에 공항철도 선로를 이용, 용량이 얼마 안 돼 한계 수위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공항철도 통근자인 필자의 눈으로 보면 현 공항철도는 회차지인 검암역을 제외하면 노선을 증설할 부지가 없다. 따라서 해법은 제2공항철도 신설밖에 없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이른다. 인천공항에서 인천역까지 총 연장 14㎞인 제2공항철도는 2011년 4월 정부의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있었으나 2016년 6월 발표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는 제외됐다. 

영종도와 청라지구, 검단지구 등의 개발 지체로 수면 아래 가라 앉아 있던 제2공항철도는 올해 1월 말 양기대 광명시장으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양 시장은 지난 1월23일 인천공항과 KTX광명역, 원주, 강릉을 연결하는 동서횡단고속철도를 조속히 추진하는 차원에서 “인천공항에서 인천역까지의 제2공항철도를 조기에 착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두 달도 안돼 일어난 KTX 직통 사고로 제2공항철도 건설 여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 1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와 해저터널 공사 등 여러 난관이 있지만 인천 서북부 지역의 개발 가속화를 볼 때 계속 논외로 방치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때마침 5월9일 장미 대선을 치른다. 정치권에서 진정성이 담보된 공약으로 다듬길 기대한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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