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상 123층, 높이 555m인 국내 최고(最高), 세계 5번째 높이의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찾았다. 관계자들은 최첨단, 최고 기술의 건축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초부터 외관 설계까지 영국, 미국, 일본 등 해외 기술이었다. 심지어 현장 노동자 상당수가 외국인이고, 주요 공정의 팀장은 여러 외주업체 직원으로 채워져 있었다. 명품 건축물을 짓고 있는데, 누가 어떤 기술로 만들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28일에는 열아홉 청년 노동자가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했다. 서울시는 공공 공사에 대한 설계 및 감리 강화를 강조했지만, 실제 서울시의 설계 및 감리비 지급률은 각각 2%, 2.7%로 법정이율(선진국의 절반 수준) 4%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책정돼 있는 안전관리비 또한 직접 시공을 하는 하도급 업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기술 인력이 쌓이지 않으면 명품 건축물은 나올 수 없다. 인력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현장이 안전해져야 한다. 현재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설계와 안전관리비, 감리 대가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장이 기술과 땀이 아닌 책임 회피와 눈치보기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1일에는 경기도 남양주 가스폭발로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했다. 현장을 방문하고 사건 자료를 분석해 보니 사고 당시 현장에는 발주처 직원, 감리, 원청, 안전 요원 등이 없었다. 9월 김천역 사고 역시 하도급업체 직원과 일당직, 노동자들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영세한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미뤄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해도 지난해 건설업 관련 일자리는 총 195만개로 전체의 8.4%를 차지해 제조업이나 도소매업에 이어 3위 규모다. 그러나 건설업 고용유발계수는 2006년 15.2명에서 2016년 10.2명으로 10년 만에 32%가 줄었다. 기계나 장비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짧은 기간의 변화다. 그동안 외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반대로 청년들의 건설업 기피 현상은 날로 커지고 있다.

1970, 80년대 카퍼레이드를 하며 환영받던 건설 노동자의 미래는 어디로 갔을까. 세계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세계 최고 기술의 벽돌공이 건설 현장을 포기하고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1930년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타개를 목표로 시행한 뉴딜 정책은 여전히 배울 만하다. 뉴딜은 일자리를 잃고 댐 건설현장으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충분한 공사비 확보를 바탕으로 사무실 평균임금보다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건설 산업의 발전은 국민을 위한 사회정책과 병행될 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 루즈벨트는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신정책)’을 약속함으로써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고 경제를 회복시킨 것이다.

만들기도 전에 무너지는 건설 현장과 만들다가 죽음을 당하는 일터, 최소한의 안전관리비용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현장에서 제대로 된 기술, 건강한 일자리, 좋은 건축물이 만들어질 수 없다.

공공 발주되는 현장부터 충분한 안전관리비 확보와 적정한 설계 감리 대가, 충분한 노동에 대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 적어도 국가 세금을 들여 추진하는 공공사업장만큼은 더 안전해지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건설 산업은 국가 정책과 예산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뉴딜과 같은 사회 정책과 대타협을 이룬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영세한 업체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는 건설업의 발전도 힘들다. /국민의당 의원(전북 전주시 병,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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