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 해수찜

치이익~ 묵은 피로 지져볼까
뜨거운 해수로 적신 수건을   뻐근한 부위 대면 온몸 개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딱 이맘때 쯤이면 해수찜이 절로 생각난다. 해수찜은 200여년 전부터 내려오는 함평 지방의 전통으로, 예전에는 말을 끄는 하인들을 대동해 아기를 낳은 부인을 가마에 태우고 오던 양반들 행렬이 전국에서 이어졌을 정도로 유명했다 한다. 저장된 해수를 끌어올려 뜨거운 유황돌로 달구면 알칼리 성분으로 바뀐다. 짚으로 엮은 멍석은 항균 작용을 하고, 거기다 몸에 좋은 약쑥까지 더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있을까. 해수찜 맛보러 지금 바로 전남 함평군으로 떠나보자.

도착한 곳은 함평군 손불면 궁산리에 있는 작은 마을. 먼 길을 달려 도착한 해수찜 바로 앞으로 봄바람 머금은 서해가 눈부시게 펼쳐져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긴 복도를 따라 가면 번호가 달린 방들이 이어진다. 나무로 지어진 방은 작고 낡았지만 편안하고 정겹다. 한가운데 네모난 탕 안에 해수가 차오르고, 약쑥이 든 망이 물에 떠 있다. 짚으로 짠 멍석으로 덮어둔 것이 특이하다.

뜨거운 돌 한삽이 해수에 들어가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뜨거운 김이 방에 가득 찬다. 돌의 온도는 자그마치 1300℃. 돌이 두어 삽 들어가자 물 온도가 수식 상승해 80℃까지 올라간다. 물에 몸을 담그는 해수탕과는 달리 손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우니 몸을 담구고 싶은 마음은 잠시 보류하자.

그럼 어떻게 하느냐. 방 안에 수건과 작은 대야가 있다. 처음에는 수건에 물을 부어서 적신 다음 대야로 꾹꾹 눌러서 물을 적당히 짜낸다. 그리고 뜨거운 수건으로 원하는 부위에 감싸면 된다. 허리가 안 좋으면 허리에, 어깨가 뻐근하면 어깨에 올려준다. 뜨끈한 기운이 뼛속까지 전해지고, 긴장했던 근육들이 하나하나 풀어진다. 십 년 묵은 피로가 눈 녹듯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향긋한 쑥 냄새가 솔솔 나면서 복잡했던 머리까지 개운하다.

대야에 물을 받아두었다가 식으면 몸에 끼얹기도 하며 한 시간쯤 해수찜을 즐기고 나자 물이 어느 정도 식는다. 이제부터는 해수탕을 즐길 차례다. 먼저 발부터 천천히 물에 넣어 족욕을 한다. 발끝에서부터 뜨거움이 퍼지며 온몸이 개운해진다. 물이 좀 더 식으면 몸을 푹 넣어서 해수탕까지 할 수 있다. 물이 어느정도 식어 적당한 온도가 되기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다.

해수찜을 마치고 나오자 건물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소나무 장작과 유황돌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로 오래된 아궁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 위로 벌겋게 익어 열기를 내뿜는 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30분 정도 불을 때면 돌이 1300℃ 까지 올라가고, 단단하던 돌이 서로 엉겨 붙을 만큼 유황 성분과 게르마늄 성분이 빠져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해수에 녹아들어 피부 질환과 각종 부인병 그리고 성인병 치료에 탁월한 명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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