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철도공사를 감사하라

철도공사가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위법시비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는 자회사인 한국철도시설산업(주)에 지난달 31일 경부고속철도 선로유지보수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철도궤도공사 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철도시설산업은 철도공사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누가 봐도 명백한 특혜요, 위법이다. 있어선 안되는 일이건만 보란듯이 버젖이 저질렀다. 철도공사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공사는 계약기간이 이달 1일부터 2007년 3월 31일까지 2년간이다. 계약금액은 연간 70억원씩 총1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입찰을 통해 업계에 돌아가야할 140억원 규모의 공사가 고스란히 한국철도시설산업에 돌아가게 생겼다. 이번 사태는 누가봐도 명백한 위법이다. 철도궤도업계는 “이번 계약은 위법이어서 효력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게 공사 수주상 특혜를 주는 행위는 자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거나 자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와의 거래를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도 해당한다.

철도공사의 자회사에 대한 수의계약 발주는 예산낭비와 비효율이란 측면에서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경영의 효율과 각종 계약 업무에서 발생하는 비리의 소지를 근절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발주공사 등 각종 공사에서는 수의계약을 축소하고 일반경쟁입찰, 특히 전자입찰의 대상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같은 경우는 5월부터 수의계약 대상인 1천만원 미만의 소액공사 계약도 경쟁입찰을 적용해 예산을 절감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가계약법령이나 정부투자기관회계규칙 등 관련 법령도 예산낭비와 비효율을 방지하는 취지에서 수의계약 대상과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각종 법령의 제한규정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는 종전 철도청이 일반경쟁입찰에 부쳐 체결했던 똑같은 공사를 계약하면서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 계약금액이 일반경쟁입찰에 의한 수준보다 월등히 높아질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결국 철도공사가 그간 일반경쟁입찰에 부치던 공사를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게 발주하게 되면 만성적 적자를 해소하고 경영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한 철도청 민영화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게 되는 모순을 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사실상 선로유지보수 공사 발주 물량을 독점한 철도공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그 자회사를 부당지원하게 되면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40여개의 철도궤도공사업체들은 아예 공사를 수주하지 못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감사원은 즉각 감사에 나서야 한다. 각종 법규를 위반하면서 철도공사가 위법을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책임자를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 지금 철도공사는 러시아 유전개발과 관련해서 국가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사업집행으로 대통령이 특검수용까지 직접 거론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철도공사의 경영난맥상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감사원이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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