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영구임대아파트가 건설된 지 올해로 만 26년이 된다.

영구임대아파트는 그동안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영구임대주택에 대한 선입견은 여전하다. 게다가 시설이 대부분 노후화되면서 여러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현재, 건설된 지 15년 이상이 경과된 영구·50년 공공임대 주택은 28만호에 달한다. 단지수도 368개 단지에 이른다.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외관 도색이 벗겨지고 콘크리트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예삿일이다. 발코니 섀시가 주저앉는데도 보수를 하지 못해 외풍조차 막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주택기능조차 결여된 세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노후주택에 대한 주위 시선은 고울 리 없다. 이는 임대주택에 대한 고정관념도 있겠지만, 주택 노후가 진행됨에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슬럼화가 주변 주택의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구임대주택 거주민들은 ‘노후화된 시설’과 ‘불편한 시선’ 모두를 감내해야 하는 심신의 이중고를 안을 수밖에 없다.

주택 노후화는 당연한 일이다. 그에 따른 시기적절한 보수가 이뤄지면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노약자, 장애인,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0% 이하 저소득층 등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게는 창틀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본 의원이 지난 2009년 5월에 발의해 제정된 ‘장기공공임대주택 삶의 질 향상 지원법’은 바로 이런 고민에 기초했다. 이 법은 국가 재정으로 영구임대주택의 시설 노후화에 따른 주택기능 저하 및 안전사고 발생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입주자의 주거환경 개선, 주거복지 증진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주거약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온전한 삶의 권리를 시장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성과 효율성이 아닌 ‘주거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당국은 소극적이다. 2014년 7월 수요조사 결과 노후시설 개선에는 총 1조193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화재?추락사고 방지, 옥상 방수 등 주택기능 유지와 주민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시급한 보수에만도 총 2518억원이 소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2016~2020 중기재정계획 상 매년 500억원을 반영할 예정이지만, 정작 예산당국은 관련 예산을 매년 삭감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국고지원이 축소를 넘어 확대되고, 나아가 중단된다면 시행 단지와 미시행 단지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은 자명한 일하다.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을 것이다.

사회적 갈등 심화도 우려되는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장기 공공임대주택과 인근 주민 간의 갈등은 단순히 생활수준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만은 아니다. 노후화, 슬럼화로 인한 재산권 침해는 이웃 주민들로서는 당연한 걱정이고, 재산권을 지키려는 노력도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관계기관 간 ‘분담률’과 ‘사업추진체계’가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고, 매년 기재부가 임의로 정한 분담률에 따라 예산을 집행한 결과다.

해법은 간단하다. 굳이 법률이 아닌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이 아닌 주거복지의 패러다임에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적 미비가 아닌 인식과 의지 문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개선이란 무언가가 좋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구임대아파트 역사 26년, 이제는 단순한 주거를 넘어 삶의 질 차원에서의 고민이 시작돼야 할 때다. /바른정당 국회의원(서울 강서구 을, 국토위)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