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셔틀’이라는 용어가 있다. 보통 학교에서 힘센 친구가 힘이 약한 친구에게 자행하는 갑질이다. 수법은 1000원을 주며 (안 주는 경우도 있지만) 총액 1000원을 훨씬 넘는 빵과 우유를 사오라고 한다.

공사현장에도 힘센 부류가 있다. 단가는 최저가로 주면서 고품질의 공사를 요구하며 하도급업체들을 ‘공사셔틀’로 취급하는 그들(종합건설업체)이다. 이같은 요구는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사들에게 심심치 않게 자행하고 있지만 ‘사적 계약’이라며 문제시하지도,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지난 3월 중순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 전문건설업체 관계자 A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의 조경공사 입찰에 참여했지만 당일 ‘입찰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에서 낙찰에 실패하는 일은 다반사지만 A씨가 이날 더욱 낙담한 것은 최저가낙찰제를 유지하면서 고품질 공사를 요구한 원도급사의 행태 때문이다.

A씨에 따르면 최근 원도급사들은 자체적으로 공종별 시공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고 하도급사가 그대로 시공해 고품질의 공사 결과물이 나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번 낙찰에 실패한 조경공사의 경우에도 현장설명회에서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입찰 가격에 반영하는 동시에 고품질의 시공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가이드라인은 가로수의 수종·식재간격·경계석으로부터 이격거리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시공 사진과 도면까지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대로 시공하려면 공사비는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입찰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낙찰받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낙찰 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공사비를 깎아 입찰에 참여해야만 한다. 최저가·고품질 요구가 계속된다면 하도급업체·건설근로자의 생존에까지 위협이 되는 동시에 공사 품질도 낮아진다는 사실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제값주고 스스로 사먹은 빵이 제일 맛있고 깔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빵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려면 백번 양보해도 빵값은 제대로 줘야 한다. 하도급사는 ‘공사셔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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