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상대방 기분 맞춰 주다 보면 우리가 일을 못한다고, 알았어요?”

지난 2010년 개봉한 ‘부당거래’라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호의로 시작해도 그것을 누리는 사람은 ‘권리’로 착각할 수 있다는 영화 속 주인공의 말이다.

이 대사는 현재 건설업의 상황과도 잘 맞다는 생각이 든다. 원도급사의 지위를 가진 종합건설업체들이 하도급업체들의 호의와 인내를 당연시 여기며 ‘권리’라 생각하는 물량정산 갑질, 대금 갑질, 부당계약·특약 등 적폐를 일삼아 온 게 반세기가 다 돼 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물량정산 갑질이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도급업체들이 발주처로부터 공종당 150개가 넘는 공사 물량을 받아 하도급업체에게 넘길 때는 절반 수준으로 줄여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물량으로 갑질을 안 해도 낙찰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하도급업체들은 원도급 업체가 받은 금액 대비 15%가량을 적게 받고 있다. 그런데도 물량으로까지 갑질을 하면 죽으란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원도급업체들은 하도급만 줘도 막대한 이득이 남지만 공사 물량까지 멋대로 조정해 하도급업체들의 생사를 담보로 이중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하도급법에조차 이와 관련된 사항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던 업체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건설업계에서는 하도급법을 개정하자는 등 동분서주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법안이 추진돼도 물량정산 갑질의 근절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면한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국, 종합건설업체들이 권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갑질을 스스로 내려놓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함께 가는 ‘상생’을 위해 종합건설업체들이 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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