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강한 경쟁력 갖는 것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공정 관행이 개선될 때 가능하다
특히 하도급 분야서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기반 구축은 필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언급하면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그 이후 이와 관련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차세대 혁명을 가리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경제와 산업뿐만 아니라 고용, 교육, 복지 등 삶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가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불공정한 거래관행 개선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며, 특히 중소기업이 하도급분야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고 하도급업체는 대기업과의 거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하도급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기반을 구축·공고화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적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공정위는 그간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확충·보완하고 법집행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중소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7% 이상이 이전에 비해 하도급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시대적 추세에 맞춰 하도급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실천할 계획이다.

먼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기술혁신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하도급거래에 있어 대기업의 기술유용 행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것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지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법집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감시·적발→조사·제재→ 피해구제’의 전 과정에서의 체계적인 법집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감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이 높아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경제가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복합 현상으로 대변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에서 제조업으로 하도급을 주거나 서비스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하도급을 주는 등 동일한 업역 내에서 하도급거래를 하면서 거래상지위를 남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문제가 됐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에 하도급을 주는 등 이종 업역 간 하도급거래가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하도급관계에서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방치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뒤쳐지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하도급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이런 부분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끝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 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적 강소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대기업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초래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중소기업은 경영여건이 악화돼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기업은 자생적 성장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대기업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혁신적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특정 대기업에 대한 거래의존도를 줄이고 거래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부당 단가인하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서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미처 변화의 낌새를 알아채기도 전에 산업생태계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의 흐름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해서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 건강한 기업네트워크를 조성해서 세계 유수의 기업군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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