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사이다를 마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진짜 사이다를 사 마실 수도 있지만 지금 말한 사이다는 다른 종류다. 예상했을 수도 있겠지만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능력, 혁신과 안정을 겸한 인사에 사이다 마시듯 갈증이 해소돼 기분 좋아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사실 취임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지지자들에게만 속 시원한 편향된 정책을 펼치거나, 안보 현안 대처 때 결단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가 전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같은 걱정이 모두 기우임이 확실해졌다.

특히 선비 같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문 대통령이 고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은 소통 능력을 과시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홍은동 사저에서 출근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경호도 최대한 유연하게 해 불통의 박근혜 정부와 확연히 대비됐다. 제37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는 계엄군 총탄에 아버지를 잃은 김소형 씨를 따뜻하게 안아 줘 전국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대변되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신중하면서도 결기를 보여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눈을 경제로 돌려 부동산에도 현재와 같은 ‘사이다 국정’이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취임 후 아직까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공약을 통해 대강의 정책 방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공약의 초점은 공적임대 주택 확대를 통한 임대료 인상 억제와 임대 장기화로 압축되는 서민주거안정화와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이다. 박근혜 정부처럼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후폭풍을 감수하고 화끈하게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는 않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관심사였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는 국내총생산의 0.78% 정도에서 1% 수준까지 인상하고자 했지만 선거 막판 보수층 표심을 붙잡기 위해 관련 방안을 공약집에서 제외했다. 공약으로만 보면 부동산 부양과 세금 부담 모두에 상당히 신중한 행보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참여정부 때 다소 거칠었던 부동산 정책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주택거래신고제도,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이 그것들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해 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참여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들은 이론은 그럴 듯 했으나 고삐 풀린 말처럼 이윤 추구에 탐닉한 인간들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냉각되자 참여정부가 그토록 잡고 싶었던 집값은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졌고 규제 정책들은 줄줄이 폐지됐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깨달았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더라도 인간의 욕심이 세금과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부동산시장은 이론처럼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현 부동산시장은 무조건 띄우기도 무조건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취임 초기 보였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부동산시장에도 절실하다. 마침 세계경제 교역 증가라는 우호적인 외부 여건에다 코스피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여건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이 돼 봉하마을에 다시 오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믿고 싶다. 참여정부가 실패했던 부동산정책을 답습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일보 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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