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지명되자 국토부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하고, 이어 국회의원 뱃지를 단 김 지명자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측근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독특한 점이 많다. 우선 국토부 관련 업무는 해본 적이 없고, 건설주택업계나 교통업계, 심지어 학계와도 그닥 인연이 없어 보인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남성미가 가득한 국토부의 첫 여성장관이 된다. 힘은 센데 사정을 봐줄 만한 끈덕지가 없다 보니 국토부에 메스를 대도 단단히 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는 이유다. 

김 지명자는 특히 4대강 원상복구, 현대·기아차 리콜, 전월세상한제 도입, 부동산규제 강화 등 국토부의 민감한 정책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부칠 가능성이 크다. 김 지명자는 지명소식이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때) 두개의 규제(주택담보인정비율, 총부채상환비율)를 푼 것이 지금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낳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건설 주택업계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하다. 으레 새 정부에 당부하던 건설주택경기부양 등의 요구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옆에서 지켜봤던 만큼 부동산시장 안정과 서민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전념할 것으로 보는 게 차라리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라는 놈이 맘 먹는 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당장 새 정부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서울을 비롯 전국의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올해로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이 크게 뛰고 있다. 그 여파는 강동구, 송파구 재건축단지로 옮겨 붙고 있다. 정책적 효과도 있다.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도시재생사업은 강북권의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 세종시는 국회분원을 설치하고 세종~서울고속도로를 조기 완공한다는 소식에 팔자 매물이 사라졌다. 

이상기류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은 마치 노무현 정부 초기를 보는 듯하다. 부동산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이 뛰기 시작했다. 곧바로 시장안정책을 내야 했지만 카드채 사태로 얼어붙었던 내수가 부담이 됐다. 경기진작 때문에 미적대는 사이 사단이 났다. 종합부동산세, 실거래가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뒤늦게 도입했지만 일단 붙은 불을 끌 수 없었다.

주택부동산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김 내정자가 화약고 같은 부동산시장을 잘 다룰 수 있을 지 우려가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칫 실기를 하거나 판단착오를 했을 경우 부동산시장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랬을 경우 김 지명자의 ‘참신함’은 되레 독배가 될 수 있다. 여기저기서 흔들기가 시작되면서 급격히 리더십을 상실하고, 주요 개혁과제는 동력을 잃고 혼란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부동산시장의 도전을 제대로 잠재운다면 그의 개혁작업은 더욱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경제학의 기본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건설부동산에 문외한인 김 지명자의 지명도 하이리스크와 하이리턴이 공존한다. 내년 이맘때 김 지명자는 국토부와 부동산 역사에 어떤 기록을 남겨가고 있을까. 기대와 우려를 갖고 인사청문회를 지켜본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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