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선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척 많다. 탄핵 과정에서 분열된 국론 통합에서부터, 북핵문제, 일자리 창출, 소득격차 해소 등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많은 당면 과제에 봉착해 있다.

그중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에 나선 것이 일자리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 만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하고, 민간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축소, 나아가 민간의 비정규직 축소는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332개 공공기관 중 231개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늘어나는 인건비는 결국 세금이나 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3100만원에 불과한데 비해 공공부문 정규직 1인당 평균 인건비는 6800만원이다. 왜 소득이 더 낮은 국민이 공공부문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금융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혈세로 청원경찰, 운전기사를 자체 직원으로 채용해 막대한 연봉 및 퇴직금 잔치를 벌이던 것이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그 당시 금융 공공기관들은 결국 임금 부담으로 인해 은행 창구 업무를 축소해야 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이로부터 시작된 공공 개혁이 아직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말 한 마디로 손바닥 뒤집듯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일이다. 정책이 바뀔 때마다 혼란을 겪는 것은 국민이다.

민간 정규직 확대 역시 마찬가지다. 채용을 하는 것은 기업이다. 유연성은 그대로 두고, 경직성만 높이는 노동정책이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책무는 대화와 설득을 통해 민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경영자를 대표하는 경총이 애로사항을 표현하자, 대화는커녕 대통령이 직접 ‘반성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장 환경, 기업 여건도 살피지 않고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빨리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6월7일 제출하겠다는 일자리 추경안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하고, 반드시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재정에 의존한 일자리 정책은 반드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지금 늘려 놓은 공공일자리는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까지 짐을 지운다. 

더 걱정되는 점은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추경 예산안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100조원 이상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도 출산율을 제고하지 못했고, 매년 15조원 이상 투입된 일자리 예산도 치솟는 실업률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자녀를 출산하는 것은 개인이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저출산도 일자리도 복합적인 경제·사회적 구조의 산물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편적인 정책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고 싶은 세상이 아닌데, 보육지원 몇 푼 늘린다고 해서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손쉽게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의 호응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은 국민이고 기업이다. /바른정당 의원(서울 강남구 갑, 기획재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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