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또 업무지시를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라는 게 1호 지시였고, 그 이후로 몇 가지 지시가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부동산 대책 마련 지시가 떨어질 타이밍처럼 보인다.

구두 개입은 벌써 이뤄졌다. 6월5일 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부동산시장 동향이 의제로 다뤄졌다. 청와대가 가계 빚 증가와 주택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해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경고 시그널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즈음해 꿈틀대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들어 과열 징후가 뚜렷해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시작된 과열은 서울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6월2일 조사 기준의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말과 대비해 2.04%나 올랐다. 

돈이 남아돌아서 이렇게 비싸진 집을 덜컥 사는 게 아닌 이상 가계대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은 5월 한 달 동안 6조원 이상 증가했다. 가파른 증가세다. 여기저기서 부동산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사실 5월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관망세로 돌아서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규제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집값을 잡겠다느니, 전월세 상한제를 당장 도입하겠다거니 하는 ‘규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 그러니 시장에서는 새 정부도 과도한 개입은 안할 것이라 여겼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여가 다 되어가지만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주택시장이 과열·급등해도 이를 컨트롤할 책임자가 없다. 해법을 두고 드러난 부처 간 시각차도 우려스럽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가계부채 증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저금리,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LTV, DTI 규제를 푼 게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임명장을 받기도 전부터 각 부처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볼썽사나운 주도권 싸움부터 시작한 꼴이다.

그래도 조만간 부동산 규제강화 방안은 나올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또 있다. 부동산시장 정책은 복합적인 요인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가계부채는 물론 경기, 서민가계, 금융안정과 얼기설기 얽혀 있는 까닭이다. 자칫 과도한 규제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나라 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11·3대책’을 내놓을 때도 과열된 서울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주택시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해 단행하진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살아나는 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한 것은 건설경기 덕이 컸다.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다. 폭등하는 집값은 분명 잡아야 하지만,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세밀히 시뮬레이션해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환부만 딱 꼬집어 약을 바르는 문제인 표 ‘핀셋’ 부동산 대책을 기대해 본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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