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부동산 대책이 과열되고 있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베일을 벗은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느끼는 의문이다. 시장에서도 “예상됐던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값이 과열된 곳만 잡는 ‘핀셋처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7개월 전 박근혜 정부의 11·3 대책도 ‘핀셋처방’이었다. 당시 전국 37곳을 청약조정지역으로 지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과열을 막지 못했다. 열기는 밖으로 번졌고, 그결과 이번에 3곳이 추가 지정됐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했다지만 40개 청약조정지역에만 한정된데다 서민·실수요자라면 그마저 적용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까닭은 부동산경기 하락과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부활,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과 같은 거센 카드는 꺼낼 생각조차 못했다. 6·19대책은 14년전 노무현 정부 첫해이던 2003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출범직후 집값이 들썩이자 출범 두 달 만인 5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LTV비율을 하향조정한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고 5개월 뒤 10·29대책을 낸다. 노무현 정부의 회심작이라고까지 불렸던 10·29대책은 훗날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표범보다 조금 작은 호랑이밖에 못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경제부처 장관이 안을 들고와서 이런 저항이 있어서 안 되고, 저런 저항이 있어서 안 된다며 하나씩 빠지더니 결국 당정협의 가서 또 빠지고, 국회 가서 또 왕창 깎여버렸다”고 말했다. 이때 제대로 잡지 못한 부동산은 2년뒤인 2005년부터 대폭발을 시작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과열이 계속되면 투기과열지구 등을 지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정부는 “시장에 부동산 규제에 대한 충분한 시그널을 줬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시장이 시그널을 정말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 이상한 시장이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수요가 더 늘어난다. 돈 있는 사람은 투기심리가, 돈 없는 사람은 내집 마련에 대한 조급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급이 늘어나면 되레 분양시장이 후끈해지기도 한다. 주택은 필수재인데다 무한정 찍어낼 수 없는 한정된 재화라는 특수성이 있다. 그래서 예측하기 힘들고, 다루기 쉽지 않다.

6·19대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지금상황에서 단언하기는 힘들다. 지나보니 기가 차도록 현 상황에 딱 맞은 핀셋처방이었을 수도 있고,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돌팔이 처방전이었을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6·19대책은 새정부의 부동산철학과 부동산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데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약한 정부의지를 틈타 투기세력이 장난을 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3억~4억원이면 살 수 있던 서울 집이 어느새 6억~7억원 수준으로 이미 올라갔다. 더 올라서는 곤란하다. 3억~4억원의 빚을 껴야 집을 살 수 있다면 거주안정과 소비진작은 불가능하다. 물론 생활수준을 넘어서는 집값은 장기적으로 주택건설산업에도 이로울 게 없다.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2007년 1월 신년연설)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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