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된 지 어느 덧 한 달 반이 되어 갑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로 내걸면서 건설 현장의 문제도 이번 기회에 해결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건설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입니다. 수년째 20조원 넘는 국가예산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되는 ‘국가산업’입니다. 관련종사자는 1000만명(직간접 종사자와 가족을 합한 수치)에 달하는 ‘중요산업’이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높은 비율(2016년 2분기 51.5%, 3분기 66.7%)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든든한 ‘기반산업’입니다.

그러나 건설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건설현장의 만연한 대금·임금체불(지연)입니다. 실제로 2011~2015년 임금체불 신고 건설 근로자 수는 연평균 5만8900여 명에 달하며 2015년 건설업 체불임금 총액은 2487억원에 이릅니다. 임대차 계약으로 체결된 덤프트럭 등 40만명의 건설기계업자의 체불까지 합하면 곱절에 달합니다.

또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 분쟁의 횟수와 규모, 해결과정에서의 낮은 만족도도 문제입니다.

현재 국내 건설사의 99.4%가 하도급에 의한 분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의 직접 시공 비율을 30% 이상으로 규정한 유럽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원청업체들이 직접시공능력보다는 관리에 특화돼 있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건설산업의 기형적 원·하도급 비율 탓에 이들 사이의 분쟁발생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더욱이 하도급 업체 대다수가 영세한 상황에서 건설산업 특유의 갑을 관계가 수많은 하청업체들의 크나큰 고통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갑과 을의 공생을 통해 건설산업 전체의 발전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 분쟁조정 절차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분쟁조정 절차로 활용하고 있는 DRB (Dispute Review/Resolution Board) 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직역하면 ‘분쟁해결위원회’라고 할 수 있는 DRB제도는 우리에게는 많이 생소한 개념이지만, 1975년 미국 콜로라도주 터널 공사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원청과 하도급 업체 사이의 분쟁을 원만하게 조정해 왔고, 당사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속하고 저렴한 분쟁조정 비용으로 산업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또한 큽니다.

대한민국에서의 모든 계약관계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합의에 의해 이뤄지지만 분쟁은 국가나 공공이 개입하는 조정중재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원청과 하도급의 신뢰관계는 무너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조정 중재를 피하게 되고, 만약 조정중재에 들어가게 된다면, 결국 소송까지 불사하는 사생결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산업관계와 신뢰를 좀먹는 문제입니다. 신뢰가 부족하니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계약은 완벽하지 않으니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1970년대 이래 건설, 토목공사에서는 DRB제도를 도입하고 수많은 분쟁을 민간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저는 올해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DRB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갖고, 건설산업에 DRB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을 준비 중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선진적인 제도를 건설산업에 우선적으로 도입하고 이것이 자리매김한다면 모든 계약, 용역, 도급 등 갑·을 관계로 이뤄진 산업에 도입해 불필요한 분쟁을 스스로 조정하고 신뢰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국회 의사과정에서는 물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서도 DRB제도 도입과 건설산업현장 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적극 제시할 것입니다. DRB제도에 대한 공론화로 건설현장이 나아지고 우리의 건설산업이 발전되길 바랍니다. 건설산업현장을 선진화해나가는데 전문건설인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 을,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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