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인사는 제대로 할 줄 알았다. 대부분의 국민이 그렇게 기대했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인사에 대해 ‘참사’, ‘참극’이라고 혹평했던 세력이 집권했으니, 최소한 ‘기본’은 갖췄을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지금까지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장관 후보자 중 벌써 사퇴한 이가 있고, 야당이 극렬히 반대했지만 법으로 강제할 수 없어 그냥 자리에 앉은 이도 있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과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되는 이도 있다. 인재를 가려 뽑는 인사라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렇다면, 정책 난맥상은 어찌 봐야 할까. 새 정부가 탄핵에 이어 급작스럽게 등장해서, 청와대나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핑계대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또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다. 정책은 인사와 다르다. 부적격 인물은 걸러내고 다른 후보로 바꾸면 된다. 그냥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좀 짜증나고 피곤할 뿐이다. 정책은 그런 게 아니다. 한 번 결정되면 수많은 국민의 삶에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과 국가 경제를 흔든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료 인하 방안부터가 말썽이었다. 선택요금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고, ‘보편 요금제’를 도입해 월 1만원 정도 사용료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즉각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매출 중 수조원이 단숨에 날아갈 판이니 그럴만도 하다. 더군다나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웃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 위반 논란도 부를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네 번이나 퇴짜를 맞을 때까지 인하안을 보고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경유세 논란도 보태졌다. 경유 가격은 현재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인데 이를 90%에서 125%까지 올리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기름값 부담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경유차를 택한 서민이나, 소형 화물 영업하는 사람들만 잡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바로 정부는 인상안을 백지화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인상 ‘군불때기’도 흥미롭다. 과거 정부에서도 보유세를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조세저항과 건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도 예고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23일 취임사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급등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가격이 오른다는 건 정부 주택공급 정책이 잘못된 탓이 제일 클 텐데 이를 다주택자의 책임으로만 돌린 것 같아 아쉽다.

이런 난맥상을 보면서 엉뚱한 위안도 든다.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가 그렇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라는 책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0.7~0.8%인 부동산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까지 인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방안을 최종 공약집에 넣지 않았다. 대통령만큼은 이렇게 신중하게, 고민하고 판단한다고 믿어야겠다.

지금은 정부가 포퓰리즘에 현혹된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으로 혼선을 빚을 때가 아니다. ‘반 시장’ 정책이 득세할 때는 더더욱 아니다. 가을이면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전방위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다. 치밀한 시나리오에 입각한 국내 시장·경제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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