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음주운전 사고로 적발된 연예인 모씨가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적 있었다. 인과(因果)를 부정하는 실언이기에 그는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하도급법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를 대등한 지위로 만들고자 제정된 법률이다.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는 수급사업자에겐 마른하늘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타 법이 그러하듯 하도급법 또한 완벽하지는 못하다. 법망에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고기가 있기 마련이다.

하도급법에서는 시평액 30억원 이상, 수급사업자보다 시공능력평가액 등이 높아야만 ‘원사업자’로 보고 있다. 즉,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업체와의 하도급 계약은 차후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분명히 원·하도급사간 수·위탁 거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규정된 규모에 부합하지 않아 하도급 거래로 인정되지 않는다니, 기가 찰 일이다.

전체 1만1800여개의 종합건설업체 중 시평액 30억원 미만인 업체는 1898개에 달한다. 약 10%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한편 전문건설업체 중 시평액 30억원 이상인 업체는 약 1만1871개로 집계된다. 이들 모두를 소위 ‘갑질’을 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로 본다면, 하도급법이라는 그물 밖에서 노닐고 있는 물고기 수가 그리 적다고 볼 수도 없다.

과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보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수급사업자가 ‘갑’이 될 수 있을까? 물론 규모의 차이가 심할 경우에는 알량한 불공정 행위에 ‘계약 타절’이라는 으름장을 놓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시평액이 고작 몇 자리 높다고 해서 종합업체에게 똥배짱 부릴 수 있는 전문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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