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죽어나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힘든 상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자영업자는 실제로 죽어나가는 존재다. 주변에 잘 아는 지인의 음식점 사장이 올해 초 경영 악화로 자살했다. 또 다른 지인의 음식점 사장도 집을 담보로 수억원을 은행에서 빌려 가게를 냈으나 장사가 안 돼 몇 달 전 자살로 생을 끝맺었다. 자영업자의 자살 소식이 상반기에 두 건이나 귀에 들려온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많을 수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것을 다 걸고 혼신을 다해 일했어도 한계에 부닥쳐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는 분통 터지는 상황. ‘임차인 구함’이란 광고판을 내 건 텅 빈 상가와 개업 후 몇 달도 버티지 못해 업종 전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가게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어두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한국 사회가 ‘죽은 자영업자의 사회’가 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에 대기업들이 구매력이 담보되는 정규직 충원을 꺼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 이런 악조건에 퇴직자들은 퇴직금을 밑천 삼아 짧은 시간에 창업이 가능한 자영업으로 몰려들어 유탄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로 향한다.

자영업의 극한 상황은 통계에서도 명확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폐업자 수는 90만9202명으로 전년(79만50명)보다 15.1%나 늘어났다. 창업자 수는 122만6443명으로 1년 전(119만1009명)보다 3% 증가했다. 조기 퇴직자 또는 정년 퇴직자 등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치열한 경쟁 속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OECD 평균치 대비 거의 2배에 근접한다. 규모가 영세한 간이과세자 가운데 매출이 과세표준인 2400만원보다 적어 부가가치세를 내지 못한 사업자도 120만8448명으로 총 사업자(688만6938명)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새 가게를 내는 데 은행 자금을 끌어쓰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작년 말 520조원에 달한다. 2012년 때보다 2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국내 자영업자(150만명) 1인당 3억5000만원 꼴로 빚을 떠안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해 자영업자 부채는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부채(1300조원)보다 건전성과 파산에 따른 파급 효과 관점에서 훨씬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제가 한창 호황기를 구가하던 전두환 정권 때에는 무슨 장사를 하든 대부분 돈을 벌고 그 돈을 밑천 삼아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하며 재산을 불려나갔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가 한 번 휘청거리더니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만성환자로 전락했다. 지금은 구조적인 저출산에 직면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오기는 더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렴풋하지만 과거를 되짚어 보면 부동산과 자영업 경기는 ‘비례의 상관성’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부동산 경기의 무조건 부양은 반대다. 다만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못 받는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부동산을 포함한 정책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할 정부의 의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자영업자의 미래가 한국 경제 미래 모습의 바로미터임을 잊지 말자.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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