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만 소장의 하도급분쟁 해법 (2)

A기업은 B건설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았다. 그것도 수의계약이었다. 공사기간이 1년이었다. 선급금을 받고 공사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약 2개월 정도 공사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이유는 선행공사 지연으로 후행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A사는 공사가 늦어질 경우 일정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려면 돌관작업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계약서 금액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투입되는 만큼 걱정이 쌓여갔다. 대기업인 B사는 정산할 테니 어떻게 해서라도 계약기간을 맞추라고 했다. A사는 수의계약을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기에 정산은 제대로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주말에도 공사를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90%를 끝냈다. 비용은 당초 계약금액보다 30% 과투입됐다. 그래서 B사에게 공사비를 정산하라고 하니 일단 공사를 다 끝내고 보자고 했다.

A사는 적자가 심해서 공사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정산해야 공사를 한다고 했다. 이후 결국 A회사는 유동성 부족으로 협력사들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이 시점부터 작업현장의 인부가 이탈했다. B사는 이를 이유로 A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제야 A사는 공정거래연구소를 찾아와 상담을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B사가 공정관리를 잘못해서 그 부담이 A에게 전가된 사건이었다. B는 이를 외면하고 공사가 더 이상 안 된다는 핑계로 공사를 중단시킨 것이었다. 그렇다면 90% 공사를 했으니 그것만큼 기성금은 줘야 할 게 아닌가? 그러자 B사는 공사를 90%가 아니라 60% 했다고 말을 바꿨다. 청구된 기성금 30억원 중 10억원만 인정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런 문제는 건설공사 중에서도 가장 풀기 힘든 사례에 속한다. 선행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공기지연과 그에 따른 부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와 관련된 분쟁이 건설하도급 문제의 80%는 되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평소 자료 정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잘 정리된 자료가 뒷받침 되는 만큼 상대방을 설득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료가 확실한 경우 공정위 신고나 조정으로 풀기도 의외로 간단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도급사들은 자료 정리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확보하려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갑에게서 자료가 나와야 하는데 상대방은 눈치를 채고 일절 주지 않는다. 공정위나 법원에서 이기려면 자료 확보가 생명이다. /공정거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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