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총선을 준비하며, 어떤 공약을 국민들께 드릴 것인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약속만은 아무런 주저 없이 내세울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개선해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일만은 막는 것입니다.

인천 청라국제지구~서울 강서구를 연결하는 간선 급행버스(BRT)는 부실한 예비타당성 조사로 인한 혈세 낭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12월,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BRT의 운영 주체인 수도권교통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구간의 사업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BRT의 일일 이용객 수를 분석해 본 결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06년에 실시한 BRT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하루 평균 BRT 이용객 수를 2011년 5만4045명, 2016년 4만948명, 2021년 4만1857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반면 실제 이용객은 2014년 1994명, 2015년 2418명, 2016년 2803명, 2017년 4월 기준 2863명으로 2013년 7월 개통된 이래 지금까지 연평균 3000명을 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측치의 6.8%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자연스레 BRT사업은 2014년 8억6300만원, 2015년 9억1100만원, 2016년 6억69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현재 인천시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KDI가 수요예측량을 과장해 사업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해 혈세가 새나가고 있는 곳은 BRT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소수입보장제도(MRG)에 따라 정부가 민간에게 지급한 금액은 제도가 도입된 1999년 4월부터 2016년까지 총 6조17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RG는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는 사회기반 시설의 실제 수익이 예상 수익에 못 미칠 경우 손실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 중,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 등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는 예산낭비를 막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의원은 본격적인 의정활동 시작과 함께 지난해 7월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국회 예산정책처장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예산정책처장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의 적정성을 평가해 관계 중앙관서의 장,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추가적인 개선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사후 평가 제도 도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의 예측 대비 실제 이용자·이용금액이 일정 비율 미만일 경우 국회 소관위원회가 손해배상을 청구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효력기간을 설정해 일정 기간이 지날 경우 다시 조사 착수 등 예비타당성 개선을 위한 여러 안건을 현재 마련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개선안의 요지는 결국 현재 발주자의 의도 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단순히 요식행위로 전락해 버린 현재의 제도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중립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관행이야말로 대표적인 적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중점을 두고 연구해 온 예비타당성 조사 개선을 비롯해 더 많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분야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민들 앞에 떳떳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또 앞으로 더 많은 사례들을 발굴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구 갑, 산업통상자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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