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종부세 빼고 다 꺼냈다’. 한국일보 8월3일자 1면 헤드라인이다. 강렬한 헤드라인만큼 ‘8·2 부동산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8·2 대책’은 종부세로 대표되는 보유세 강화를 제외하면 모든 규제를 망라했다. 향후 투자수요 혹은 투기수요가 견인하는 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으면 ‘김현미표 대응’은 더 강력할 것이라는 것도 명확해졌다.

정부는 지난 2일 ‘8·2 대책’ 발표를 통해 과열 양상이 심상찮은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와 경기 과천시,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소유권 이전 등기(입주)시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입주권) 양도가 금지된다. 투기과열지구 중에서도 과열 양상이 더 두드러진다고 판단한 서울 강남구 등 11개 자치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묶었다. 투기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기존 차주당 1건에서 세대당 1건으로 강화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지정은 5년 만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에 시장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VT)과 총부채상환비율(DIT) 한도가 각각 40%로 강화되면서 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르려던 실수요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지역에 따라 신용대출로 1억~2억원을 메워 잔금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워 주택 매입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금융감독원은 ‘8·2 대책’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1인당 한도액 평균이 1억1000만원으로 5000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투기 혹은 투자 수요가 선봉에 선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의 선한 의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권 초기부터 참여정부의 정책과 매우 흡사해 정책과 제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던 참여정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그 우려다. 참여정부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로 대표되는 거래세 강화, 투기지구 지정, 분양가상한제 등 가용한 규제 정책을 모두 동원했으나 ‘거품의 바벨탑’을 무너뜨리는데 실패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10년째인 지금은 정책 구현 관점에서 참여정부 때와는 상황이 달라져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공공임대 물량이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민간임대 공급의 일부를 담당하는 다주택자를 투기 수요의 원천으로만 규정하는 건 다소 불편하다. 이런 시각이라면 향후 부동산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진행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정책 압박을 피해 풍선효과 등이 발생하고 부작용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하게 정책 목표와 시장 움직임 사이의 미스매치는 점점 커지고 의도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수도 있다.

주변에서 과욕을 부리다 인생이 추락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다주택자들의 과욕이 부동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마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시장과 유리되는 길을 걷는 건 반대다. 다주택자에 대한 균형감 갖춘 적절한 개입을 기대하는 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길 빈다는 의미라는 걸 밝혀 둔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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