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도리 해녀마을

파란 바다 위에 꽃처럼 테왁(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도구)이 떠 있다. 연이어 물속으로 들어가는 해녀들의 오리발이 보인다. 위험하고 고되지만 바닷속으로 스며들듯 잠수하는 해녀의 몸놀림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해녀체험을 하기 위해 향한 곳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녀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한수풀해녀학교, 법환 좀녀마을 해녀학교, 하도어촌체험마을) 중 하나다. 특히 하도리는 해녀박물관이 있고 제주에서 해녀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이빙, 스노클링, 서핑, 수영 등 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좋아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해녀체험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해녀체험을 하기위해 모인 사람들과 강사로 나선 현직 해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제주에선 성별을 불문하고 손윗사람을 친근하게 삼촌이라 부른다. 도시에서 친근함의 표시로 이모, 언니, 오빠라 부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잠수복을 하나씩 들고 해녀 삼촌을 따라 샤워실로 들어갔다. 고무 재질의 잠수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땀이 쏟아진다. 해녀 삼촌이 다가와 잠수복 안에 물을 한 바가지 부어주신다. 물이 들어가니 잠수복과 몸 사이에 공간이 생기며 팔다리가 쑥쑥 들어간다. 잠수복, 물안경을 착용하고 물에 잘 가라앉기 위한 납까지 허리에 두르고 나니 제법 해녀 같다. 가볍게 몸을 푸는 준비 운동을 한 후,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듣는다.

물질 서툴러도 바닷속 세상에 환호… 체험 후 스노클링은 덤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해녀 삼촌을 따라 바다로 출발한다. 먼저 해녀 삼촌이 능숙하게 시범을 선보인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초보자로서는 잠수부터가 곤욕이다. 물에 잘 가라앉기 위해 허리춤에 납을 둘렀는데도 물속에 거꾸로 들어가는 일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겨우 잠수에 성공하자 알록달록한 작은 물고기와 해초가 어우러진 바닷속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성게나 소라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녀 삼촌이 가리키는 곳에 거뭇한 가시가 흔들흔들하고 있다. 작은 바위를 살짝 들춰내니 성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덥석 움켜잡았다가 성게 가시가 따끔하게 느껴져 슬며시 집어 들고 물 밖으로 나와 환호성을 지른다.

원래 제주 바다에선 마을 주민이나 해녀가 아니면 해산물 채취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해녀체험을 하며 잡아온 소량의 해산물은 체험이 끝난 후 바로 먹을 수 있게 손질해주거나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 많다.

하도 어촌체험센터는 해녀와의 체험이 끝난 후에도 잠수복과 수경을 쓰고 잔잔한 곳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준다. 작은 풀장처럼 물이 맑고 잔잔한 곳이 있어 한참을 놀다가 가까운 해녀박물관으로 향했다. 하도리 해녀박물관은 해녀의 역사와 더불어 제주만의 어촌, 해양 문화까지 전시돼 있으니 꼭 둘러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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